진주의 존재 가치와 애절한 시의 파편[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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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보배스런 구슬이라는 의미를 지닌 진주는 예로부터 고귀한 보석으로 여성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면 과연 진주의 존재는 무엇인가? 진주는 ‘굴류와 같은 연체 조개류가 만드는 단단한 구슬모양의 탄산칼슘과 단백질이 주성분인 복합물’이라고 정의한다.

 

조개류가 귀부인들을 위해 진주를 만든 것은 아니고, 자기보호본능의 생리화학적 방법으로 형성시킨 것이다. 천연진주를 흔히 ‘조개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외부 침입자를 억제하기 위해 진주알을 잉태.생성시키기는 작업이 조개에게는 얼마나 치열한 작업이기에 이를 조개의 눈물이라 부를까? 그 흐물흐물한 연체동물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인 것이다.

 

조개가 먹이 또는 호흡을 위해 입을 열 때 때때로 기생 동.식물, 미세 모래알, 유기부유물 등 자극제가 침입하거나 또는 조개껍질 가장자리 외투막이 상처를 입으면 조개는 이런 위협적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공작으로 바빠진다.

 

조개는 먼저 이 침입자를 밀봉하거나 상처를 치유하려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 외투막 연결조직에서 상피세포들은 진주 주머니를 만들어 침입자를 완전히 에워쌓는다. 그리고 때로는 외투막 상피조직 자체가 다른 조직에 침입해 진주 주머니를 만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에는 이 주머니 속에서 경이로운 나노복합체의 합성이 진행되며, 이 복합체 층이 침략자를 완전히 포위한다. 진주 주머니 속에서 탄산칼슘 층이 주로 선석(aragonite)꼴로, 또는 선석과 방해석(calcite) 혼합물로 걸러 침적하며, 이들 층을 콘키올린(conchiolin)이라는 단백질 층이 결합시키고 있다.

 

탄산칼슘과 단백질 층을 합쳐 진주층(nacre)이라 부른다. 이 진주층이 마치 양파처럼 구형으로 성장하여 진주알을 탄생시킨다.

 

종종 ‘바다의 여왕’이라 칭송을 받는 진주의 집, 조개껍질은 해변가에서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동심의 세계를 자극한다. 그래서, 이를 소재로 한 애틋한 시가 많다.

 

윤동주의 ‘조개껍질’을 만지작거리면 자연미가 피부를 자극할 것이다. ‘…데굴데굴 굴리며 놀다/짝 잃은 조개껍데기/한 짝을 그리워하네/아롱아롱 조개껍데기/나처럼 그리워하네/물소리 바닷물 소리.’

 

조병화의 ‘추억’이 내면세계의 면역체계를 강화시킨다.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바다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하루 이틀 사흘/여름가고 가을가고/조개줍는 해녀의 무리/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이미자의 노래에는 추억이 애절하게 흐르고 있다. ‘조개껍질 소라고동 예쁜 것만 골라서/실에 꿰어 걸어주던 잊지못할 그 사람/물새 우는 바닷가 모래 위를 거닐던/그 사람 떠나가고 오시지 않네…’

 

윤동주, 조병화, 그리고 이미자의 조개껍질 추억이 정겹다. 묻어둔 옛 추억을 잊어버리자고 다짐하건만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더 짙어지는 옛 추억을 어찌 지울 수 있을까!

 

환경과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이 우리의 삶 속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커다란 쪼개껍질로 귀를 막고 아련히 들릴 것 같은 바닷물 소리를 찾으려 애썼던 어린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삶을 아름답게 채색시키고 있다.

 

과학자들은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여러 복합물의 구성, 물리적.화학적 특성 등을 연구하며, 오늘도 자연이 하는 일을 배우며 모방하기에 바쁘다. 물론 자연과 과학이 있기에 시가 존재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서 ‘자연’ 과학이라는 이름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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