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쓸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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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도 많은 죽음의 소식이 우리에게 전해졌다. 특히 겨울이 깊어가면서 스산한 바람 끝에 맴도는 죽음의 소식들은 마음을 쓸쓸하게 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해준다. 37년동안 북한을 지배해 온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간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했던 스티브 잡스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이들만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 유명인들의 죽음을 통해 평상시에는 잊고 지내는 삶과 죽음의 무게를 다시 한 번 달아본다. 나는 어떻게 살다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을까.

니체는 “죽음이야말로 우리 미래에서 유일하고도 확실하며 모두에게 평등하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까. 죽는다는 사실 하나만 제외하면 죽음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스티브 잡스, 박태준 회장 등 유명인(?)의 죽음은 각종 매체들을 통해 너무하다고 할 정도로 살아온 모습이 세세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이런 죽음과 달리 매우 안타까우면서도 사회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죽음들이 있어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죽음 하나. 지난달 하순 제주시내 모 주택에서 한모씨(72)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한씨는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고 있었고, 지병을 앓고 있어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에 따르면 유족들은 가정형편 등을 이유로 시신을 포기했다고 한다. 가슴 아프고 착잡한 죽음이다.

죽음 둘. 지난 12일 장애인 박아무개군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추운 겨울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단칸방 안에 가스난로를 켜고 자다가 화재가 나서 목숨을 잃었다. 또 하나의 가슴 아픈 죽음이다.

죽음 셋. 지난 9일 새벽 공항철도에서 살을 에는 추운 날씨에 귀마개와 두꺼운 옷을 입고 작업하던 노동자들이 기차에 치여 사망했다. 18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밤샘작업을 하는, 코레일공항철도의 하청회사 소속 비정규직이었다. 그나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아픔을 대변하는 죽음이다.

물론 언론에서는 이들의 죽음을 보도했다. 하지만 유명인(?)의 죽음과 달리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다뤄졌다. 차갑고 비정한 시장과 효율의 논리에 휩쓸려 스러지는 안타까운 우리 이웃들의 모습으로 전달되고 우리는 그 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릴 뿐이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아무래도 사람들을 더욱 착하게 만드는 듯하다. 가난한 누군가는 이 추위 속에서 분명 더 많이 떨고 있을 터이다. 게다가 누구든 자신과 이웃 사람들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한 해가 저무는 12월이 아닌가. 연말이면 사람들은 정말 눈송이처럼 순수한 마음이 되어 기부를 하고, 캐럴을 들으며 구세군 냄비에 돈을 넣는다. 언론에서도 이웃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한다. 하긴 산타클로스의 기원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선을 베풀던 주교 세인트 니콜라스였다.

하지만 추위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죽음에 관한 소식은 마음을 착잡하게 만든다. 목숨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때로 질기다지만, 현실에서는 스스로 그 목숨을 지키는 일이 무척이나 힘들다.

신영복 선생은 칼잠을 자는 좁은 감옥에서는 그래도 다른 수감자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이 여름보다 차라리 낫다고 했다. 자선과 온정은, 힘겹게 겨울을 나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체온만큼이나 고맙고 소중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한 정책과 사회구조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노력일 것이다. 내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부남철 미디어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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