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록(語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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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시 대통령의 목장에서 하룻밤을 지낸 것에 대해 흥분하지 않았다. 아마 부시는 KGB 출신 대통령을 초청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역시 CIA 국장을 지낸 사람의 아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잘 지냈다”

2001년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미 소감이다.

최근 발간된 ‘푸틴키 : 푸틴 대통령 어록선집’에서 외신들이 발췌. 소개한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검은 양복을 즐겨 입으며 매너 또한 깔끔하기로 소문난 그의 인기 중 하나로 기행(奇行)이 아닌,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화술을 들었다.

인간적인 말투로서 러시아 지도자의 언어를 재정립하고, 그 과정에서 러시아 정신을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어록(語錄) 열풍의 시대다.

국내에서도 이를 능가하면 능가했지 절대 뒤지지 않는다.

방송가에선 드라마 성공의 관건이 ‘어록 띄우기’에 달렸다고 말한다.

시를 능가하는 압축미에다 은유적 표현이 담긴 대사 한마디가 영상 이미지와 중첩되면 파급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영화계 역시 ‘명대사(名臺詞)’라 하여 이를 알면 영화가 보인다고 한다.

‘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 하세요”는 영화의 냉소적 이미지와 흥행을 이끌었다.

유행어가 따로 없을 정도다.

하지만 예전의 어록은 종교적 지도자나 난세의 영웅, 훌륭한 학자들의 독차지였다.

지금은 대중미디어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개인의 발언욕구까지 가세하는 양상이다.

▲최근 어록들은 공감을 자아내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원대한 꿈을 갖게 하는 참신한 비유도 있고, 몸짱 얼짱 신드롬에 대한 반대급부도 있다.

그럼에도 어록은 곧 자신을 속이지 않을 때 생명력이 있다.

순간만을 위한 말장난이어서는 안 된다.

드라마에서 스토리가 본질이지 대사가 본질이 아니듯이 말이다.

평생 누더기 승복에, 닳은 곳을 헝겊으로 기운 검정 고무신을 신고 수행에 전념했던 ‘우리시대의 부처’ 성철스님은 제자와 불자들에게 즐겨 한 어록이 있다.

그의 좌우명이기도 했던 ‘불기자심(不欺自心. 자기를 속이지 말라)’이다.

어록은 역시 평범하면서도 마음속에 새길 만한 소중한 교훈이 제 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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