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일등 신랑감의 조건은 번듯한 직장이 있어야 하고 키도 크고 잘생겨야 했다. 즉 하드웨어가 중요한 요소였다. 그런데 요즘엔 키 작고 못생겨도 유머가 있는 사람을 배우자로 택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어르신들이 생각할 때는 요즘 젊은 아이들의 결혼관에 대해 인상을 찌푸릴 수 있겠지만 아무튼 시대가 바뀐 것이다. 굳이 유머로 예를 들어서 그렇지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하는 무형의 자산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제는 사람이 자산인 시대이다. 이전에는 농사지을 땅을 많이 보유한 것이 재산의 척도였다. 또 노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손의 수가 많으냐 적으냐가 바로 재산의 척도였다. 이제는 똑똑한 사람이 몇 명인가가 바로 사회의 자산이다. 단지 머리 하나만 들고 회사에 들어가 억대의 연봉을 받는 직장인도 수두룩한 시대가 되었다. 그 사람들은 과연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기에 억대의 연봉을 받을까? 직장에서 1억원을 연봉으로 받기 위해 3배인 3억원을 벌어주어야 할 터인데. 일년 52주에 주당 근무시간 40시간을 곱하면 2000시간 정도이고 1억원의 연봉을 받기 위해 시간당 15만원, 하루에는 120만원을 벌어들여야 하는데, 과연 뭘하면 한 사람이 시간당 15만원을 지속적으로 벌 수 있을까?
이제는 똑똑한 사람을 사회에 수용하는 것이 재산인 시대가 되었다. 사람은 잘 키우면 사회의 인재(人才:재료)가 되지만 잘못 키우면 식구(食口:먹는 입)이 된다. 제주에 국제컨벤션센터를 건설하여 국제회의산업을 육성함으로써 관광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제주가 재도약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이 시대를 잘 읽고 내린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유형의 재화를 거래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것보다 무형의 재화의 거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컨벤션센터 건립에 18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고 이제 곧 완공돼 개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회의를 유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는 얼마나 투자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국제회의는 컨벤션센터의 직원이나 제주도의 공무원이 발로 뛰어서 유치하는 것이 아니다. 컨벤션센터는 국제회의를 유치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고 직원은 그 운영자이다. 국제회의 유치는 PCO(Professional Convention Organizer), MP(Meeting Planner)와 같은 전문 에이전트가 담당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 제주에 이런 전문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기관이 얼마나 되는가? 혹은 이런 전문인력이 어디에 파견되어 열심히 양성되고 있는가? 정말로 궁금하다.
현재의 상황은 영화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돈이 벌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영화를 찍어야 돈이 벌릴 것이 아닌가? 영화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누군가가 여기에 와서 영화를 찍어주기만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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