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來居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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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漢)나라 무제(武帝)를 섬겼던 급암은 무제에게 영합하는 일이 없었고 직언하기를 꺼리지 않았기에 미움을 사서 동해군수로 좌천되었다. 부임한 뒤 그는 먼저 부하 관속들의 장점을 파악하여 그들의 적성에 맞는 부서를 정해 주었다. 이에 부하들은 기뻐하며 열심히 일했다.

한편 급암은 부하들을 감독하되 큰 잘못이 있으면 이를 추궁하였으나 작은 잘못은 눈감아 주었다. 따라서 급암이 병으로 관청에 출근을 하지 않아도 치적(治績)은 크게 올랐다.

이 소문을 들은 무제는 그를 다시 불러 각료로 임명했다. 일단 한 번 좌천당했었으니 기가 죽을 법도 한데 그가 무제에게 직언하는 바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각의에서 그는 무제에게 신랄한 직언을 해댔다.

급암의 직언에 익숙해진 무제도 이날은 점점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끝내는 각의를 중단하고 말 정도였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각료들은 모두 사태가 어떻게 변할는지 걱정하던 끝에 급암의 신변을 우려하며 그에게 충고했다.

그러자 그는 말했다. “대신(大臣)의 제도가 생긴 것은 천자를 보좌하기 위함이지 덮어놓고 추종만 하라는 것은 아니지 않소. 추종만 하다가 주상께서 길을 잘못 드시는 날에는 어찌하려오? 이 직책에 있는 이상 나는 주상께서 오류를 범하시는 것을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소이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무제는 급암을 꺼리면서도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급암의 지위는 올라가지 않았다. 후배 관속들이 차츰 그를 추월하여 승진했다. 이제는 후배가 상급자가 되기도 하고 동렬에 앉는 형편이니 급암으로서도 마음이 편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기회를 보아 무제에게 조롱의 말을 하였다. “폐하께서 하시는 인사(人事)는 마치 장작더미를 쌓으시는 것 같나이다. 나중에 가져온 장작이 위로 올라가니까요(後來居上).” 한서(漢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근간 드라마 ‘야인시대’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얼마 전에 본 내용은 두한에게 등 뒤에서 총을 쏜 왕발이 마포패 용식을 찾아가 지금이 기회라며 두한을 제거하자고 한다.

그러나 용식은 건달이 해서는 안 될 양아치 같은 짓을 했다며 도리어 경성을 떠나라고 충고한다. 기분이 상한 왕발은 혼마치의 하야시를 찾아간다. 두한에게 총을 쐈다는 왕발의 이야기를 들은 하야시는 자신은 의(義)를 생명으로 생각한다며 왕발의 제안을 거절한다.

왜 이러한 주먹패들의 액션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갈채를 보내고 열광하는 것일까. 깡패는 사회악이지만 이를 사회악이라고만 보지 않는 사람이 많은 까닭은 아닐까. 김두한 당시 주먹패들은 복종할 사람에게 철저히 복종하며 승부세계에서 비겁하거나 야비하지 않고 정정당당했다.

허나 현재 정계나 경제계, 학계, 문화 예술계 등 우리 사회 어느 조직에서든 페어플레이(fair play)를 찾아볼 수 있는가. 솔선수범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변절에 배신에 기회주의에 편승하는 우스꽝스러운 세상이기에 사나이다운 멋진 미덕을 지켰던 주먹패들의 액션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일 것이다.

얼마 전 김 대통령의 차남은 실형을 선고받고 삼남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애당초 이들이 구속되었을 때 사상 유래 없는 사건에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식솔을 관리하지 못한 대통령의 책임뿐만이 아닌 직언을 못한 주변 참모들의 어설픈 보좌의 탓도 크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자고로 인사(人事)가 대사(大事)라 하지 않았는가.

대통령 후보 3명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셋 중 누구도 필자의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없지만 차선이라도 택할 생각이다. 이 스산한 가을에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 제위, 정계입문을 꿈꾸는 분들에게 바라는 바 취침 전 차분히 책상에 앉아 논어(論語)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일독하시길 권한다. 그리하여 군자로서 대의정치(大義政治)를 구현해 주셨으면 한다.

“소인은 이를 앞세워 벗을 사귀고, 군자는 의를 근본삼아 벗을 사귄다(小人以利爲友, 君子以義爲友).” 옛부터 중국인들이 즐겨 읊조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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