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제주 - 생태도시,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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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도시의 인구 증가와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도시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위협받으면서 생태도시는 21세기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생태도시 조성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시도 ‘2021년 제주시 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제주시를 생태도시로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현재 용역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제주시가 추진하는 생태도시 계획은 원론적으로는 공감을 얻고 있으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세계의 유명한 생태도시가 어떻게 조성됐는지 살펴봄으로써 제주 생태도시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지속 가능한 개발(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ESSD)-생태도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구환경보전문제 협의를 위해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일명 리우회의) 이후, 전세계적으로 개발과 환경보전을 조화시켜 미래의 후손들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인간다운 삶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반성 아래 도시개발.도시계획.환경계획 분야에서 새로이 대두된 개념이다.

세계 각국은 리우회의에서 제안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다양한 환경보전적 도시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그 모습은 녹색도시, 환경도시, 생태도시, 환경친화적 도시, 지속가능한도시, 에코시티(ecocity), 에코폴리스(ecopolis)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태도시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생물종의 다양성을 증진하는 생물다양성 생태도시 △자연순환체계를 확립하는 자연순환성 생태도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 지속가능성 생태도시 등이며 제주시가 표방한 생태도시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생태도시 또는 환경도시로 부각되는 도시는 미국의 데이비스.오스틴, 독일의 베를린.슈투트가르트.함부르크, 덴마크의 스투르스템, 네덜란드의 델프트, 일본의 고베.기타큐슈.세타가야, 브라질의 쿠리티바 등이다.

▲인간적인 도시, 쿠리티바
브라질 남동부 파라나주의 쿠리티바시는 가장 인간적인 도시로 불린다.
쿠리티바는 1970년 농업 기계화로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들기 시작, 이 이주민들이 시 외곽에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도시는 치안부재와 교통혼잡, 빈번한 홍수로 마비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지금 쿠리티바시는 1990년 효과적인 에너지 절약으로 ‘국제에너지보존기구(IIEC) 최고상’과 유엔으로부터 ‘우수 환경과 자원 재생산’을 수상한 자치 도시의 성공 사례다.

넓은 보행자전용공간, 인상적인 버스시스템, 훌륭한 쓰레기 재활용, 넓은 개방공간과 녹지…. 이런 쿠리티바시 도시계획의 성과물들은 단순한 정책 성공사례 이상의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쿠리티바는 우리나라 도시들이 추구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와 자동차를 위한 엄청난 투자를 지향하는 것과는 달리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개인 교통수단보다 대중교통수단을 우대하는 한편 자동차를 위한 대규모 교통투자를 막았다. 이렇게 절약된 비용은 위생과 레저, 문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위해 돌려졌다.

이와 함께 도시를 올바르게, 새롭게 가꾸려는 집단적인 비전이 오늘의 쿠리티바를 이루었다.

▲진정으로 살고 싶은 도시, 데이비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동북쪽으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 읍 정도 규모의 작은 소도시인 데이비스시는 1970년대 초반 오일쇼크 이전부터 환경친화적인 도시계획 등 다양한 환경정책을 수립.추진했다. 데이비스시의 상징은 자전거이다. 시내 도로연장 161㎞ 가운데 약 60㎞가 자전거 전용차로이며 약 4만대의 자전거 보유대수로 인해 자전거 교통경찰제도가 도입됐다.

이와 함께 1991년부터 추진된 ‘그린벨트 프로젝트(greenbelt project)’는 자전거 도로와 상점을 녹지대로 단장해 시내에 녹색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공동체의 해체와 지역경제의 외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세계 최대의 슈퍼체인인 월마트의 입지 신청을 주민의 입장을 대변해 반대하는 등 1970년대 수립한 종합계획의 정신을 계승하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데이비스시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주요한 생태도시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 15개의 자원봉사자위원회가 강력한 힘을 갖고 계획 및 정책 결정에 깊게 참여하는 주민참여제도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주민들의 마을 만들기-세타가야
세타가야구는 도쿄도의 23개구 중 하나로 도쿄도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세타가야구에는 주민들이 제안해 만들어진 공간들이 이곳 저곳에 있다. 쓰루마키(넝쿨) 지역의 ‘넝쿨 산책로’를 비롯해 조각작품을 배치한 요가지역, 주택가 곳곳의 쌈지공원(빈 터를 이용한 공원), 버스정류장, 전신주, 공공화장실, 공중전화부스 등 어느 곳 하나 주민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주민들이 나서 만든 곳의 사후관리는 주민들이 직접 하는 것이 당연시돼 있다. 지난 26년간 세타가야구에서 주민 제안으로 이뤄진 사업은 수천 건. 이제는 주민이 구에 제안할 일이 있으면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주민합의를 거치는 등의 절차도 확립했다. 정책가만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가꿔가는 도시가 바로 세타가야구이다.

▲살아 숨쉬는 미래의 생태도시
제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기본계획은 개발을 막고 생태도시 구현에 초점을 맞춰 경쟁력 있는 도시,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은 기존의 성장 위주의 도시개발정책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제주시 도시기본계획(안)은 △적절치 않은 인구 예측으로 인한 공급 위주의 도시지표의 설정 △동부생활권에 대한 활성화 대책이 없는 생활권계획으로 인한 도시 공간의 기형화 초래 가능성 △생태도시를 지향하면서 이에 따르는 구체적 실천전략의 미흡 △재정계획 생략 등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현실이다.

바람직한 생태도시를 위해서는 고정된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수차례의 수정과 시행착오를 통해 점차 바람직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는 ‘발전적이고 점진적인 계획’의 태도와 지역 간 상호의존성을 충분히 고려, 도시를 인근의 다른 도시와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환경오염 관리에 영향을 주는 다른 분야들의 계획들도 동시에 포괄해야 하며 지역이 가지는 특수성을 충분히 배려해 해당지역의 자연적.사회적 조건들이 환경적 측면과 함께 고려된 후 부분별 시행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 도내 자치단체는 ‘지속 가능한 개발’의 중심축인 개발과 환경보존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경제적 논리와 환경보호의 틈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생태도시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과연 제주가 기존의 성장 팽창 위주의 미래상 구현에서 탈피, 시민의 참여 속에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흥하는 구체적이고도 치밀한 실천계획 수립을 통해 시민의 총체적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도시개발의 전형을 만들어낼 것인지, 그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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