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빈’ 노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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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린치’ 감독의 ‘스트레이트 스토리’를 지난 일요일 TV극장에서 봤다.

아이오와주에 살고 있는 이른 셋의 ‘알빈 스트레이트’라는 노인이 형을 찾아가는 얘기다. 사이가 나빠 10년 이상을 안 보던 형이 심장발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러 간다.

위스콘신주 형의 집까지 승용차라면 하루 만에 갈 길을 ‘알빈’ 노인은 경운기를 타고 간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목발과 식량을 경운기에 싣고 노숙을 하면서 간다. 6주간의 여행이다.

그 여행은 ‘알빈’ 노인에게 있어 마지막 자립이며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었다.

산을 넘고 미시시피강을 건너 마침내 형이 살고 있는 곳에 도착한다.

영화는 ‘알빈’ 노인과 형이 소년시절처럼 베란다에 의자를 놓고 앉아 별을 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오랜 세월 ‘알빈’ 노인이 꿈꿔오던 시간이었다.

하늘의 별을 보는 두 노인의 모습이 얼마나 평온하고 다정해 보였는지. 별을 보는 두 노인의 눈이 얼마나 반짝거렸는지. 아름다웠다.

이 영화는 신문에 연재되었던 실화를 근거로 만들었다고 한다. 단순하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얘기였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 된 후 노부부나 노인 관객이 특히 많았다고 한다.

우리 인생에 여생(餘生)은 없다.

어떻게 노후의 남은 생활이 있겠는가. 최후까지 최선을 다 해서, 해야 할 일에서 현역으로 있는 것. 그러다 생을 마감하는 게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인생 80년 시대라고 한다.

문득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두려움으로 다가 온다.

‘알빈’ 노인은 최후에 해야 할 일을 찾아냈다.

나는 어떤가.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에 들어서면서 조금은 조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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