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상지학(?上之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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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는 가가 중요시되는 요즘이다.

명가(名家) 이야기들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훌륭한 가풍을 지니고 걸출한 인재를 배출한 집안들의 내력에는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들에겐 무엇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가 있었다.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에 솔선수범했던 것이다.

‘3대 부자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300년 부를 지켜 온 경주의 최부자집은 ‘흉년에 가난한 사람의 논을 사지 않았다’고 한다. 최부자집은 해방 직후 영남대에 전 재산을 기부했다.

‘지조’의 선비로써 청록파 시인 조지훈을 배출한 경북 양양의 한양 조씨 문중은 ‘삼불차(三不借)’ 정신으로 유명하다. 재물을 빌리지 않고(財不借), 문장을 빌리지 않으며(文不借), 인재를 빌리지 않는다(人不借)는 ‘삼불차’를 400년 동안 지켜왔다고 한다.

▲‘삼불차’의 든든한 바탕에는 독서가 있었다.

특히 문장과 인재는 독서를 통해 개발되는 만큼, 조지훈 시인만 하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글공부에 매진했다고 알려진다.

명문가의 정신적 품격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을 터다.

이렇게 명가 이야기는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선비가 글공부함에는 ‘삼상지학(三上之學)’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삼상지학’이란 ‘마상지학(馬上之學)’, ‘침상지학(枕上之學)’, ‘측상지학(?上之學)’을 가리킨다.

말을 탈 때나, 잠을 잘 때나, 화장실에 갈 때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언제나 책을 가까이 하고 손에서 책을 떼지 않음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으로서 ‘마상지학’은 곧 여행 갈 때의 독서다.

그러나 자가 운전의 경우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훌쩍 겨울바다 여행을 떠날 때는 안성맞춤일 것이다.

‘침상지학’도 책만 대하면 잠이 오는 경우가 많아 어지간한 의지 없이는 될 성 싶지 않다.

결국 만만한 게 ‘측상지학’이다.

좋게 말해 화장실 독서야말로 독서삼매를 만끽할 수 있다.

배설의 즐거움에 더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저급하다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측상지학’은 어느 새 우리의 아침 첫 일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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