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광도시 관광인과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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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느 특급호텔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호텔은 오랫동안 전사적인 ‘친절운동’을 펼쳐왔지만 고객만족도는 제자리 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경영층에서는 이에 대한 원인을 찾아내느라 몇 개월간 자체조사를 벌였지만 어느 부서에서도 뚜렷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르던 중 서비스혁신팀으로 고객불편신고 한 장이 접수됐다.

그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우리는 귀 호텔 리무진을 찾아 올랐는데 운전기사는 운전석에 앉아서 창 밖만 쳐다보고 있었고, 출발할 때도 별다른 안내방송도 없었다. 호텔로 향하는 중에는 택시가 끼어든다고 상소리까지 내었는가 하면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도 나이든 고객들이 내리는 걸 도와주기는커녕 다른 직원과 잡담만 하고 있었다.”

물론 운전기사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자신의 업무는 손님을 호텔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운전기사이지, 서비스에 신경을 써야 하는 영업직원이 아니다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사의 행동은 핵심서비스와 부가서비스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빚어낸 근무태만이었다. 즉, 차를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은 핵심서비스이며 오르고 내리는 고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일은 부가서비스인 것이다.

서비스 개념을 선택할 때 종전에는 주로 핵심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이 출현하면서 서비스가 성숙되고 품질과 가격도 비슷해짐에 따라 핵심서비스만으로는 차별화를 이룰 수 없게 되었다. 이를 테면 과거에는 호텔리무진의 핵심서비스인 안전운항에 비중을 두면 되었으나 경쟁업체들이 모두 호텔리무진버스를 투입하면서 운전기사의 친절 등 부가서비스가 차별화의 원동력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예의 호텔은 고객만족도를 높이려는 전사적 노력이 있었지만 서비스 사각지대의 불친절이 회사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호텔은 고객의 편익을 위하여 객실 디자인을 비롯한 로비 확장과 레스토랑 리모델링, 그리고 식사메뉴의 조정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개선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호텔이 갖춰야 할 핵심서비스일 뿐, 부가서비스의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던 책임은 호텔경영층의 몫이 되고 말았다.

서비스는 비가시적이라서 유형적인 실체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과의 상호작용인 서비스 전달과정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관광상품은 완제품의 실체를 측정하기가 어려우므로 서비스 전달과정이 품질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비스업체들은 서비스 전달과정에 고객이 품질을 지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제주도 관광인들은 유독 서비스 개념에 취약하다. 서비스를 잘못한다는 것은 고객과의 상호작용인 서비스 전달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고객과의 접점’에서 고객의 욕구와 기대를 읽지 못하거나 아니면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제주도민들이 원천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여 아직도 서비스가 생활화되지 못한 데다 심하면 굴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닌가 한다.

상품과 서비스를 음식에 비유를 하자면 주재료는 상품이고 부재료인 양념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관광상품에서도 양념격인 서비스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국제자유도시가 순조롭게 성공하더라도 관광인들이 서비스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노력 없이는 토착 상권(商圈)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먼 곳까지 차비를 들이면서 이름난 식당을 찾곤 한다.

마찬가지로 제주도가 관광객이 줄을 있는 유명관광지가 되려면 관광인들이 먼저 기본을 갖춰야 한다. 그 기본은 서비스에서 비롯된다. 서비스란 얼굴만 화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마음도 화장을 해야 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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