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저축 하지 않기
시간 저축 하지 않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시간은 돈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시간은 금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커피 한 잔의 가격은 시간으로 얼마일까.

지난해 말 개봉된 앤드류 니콜 감독의 영화 ‘In time'에서는 커피 한 잔의 값이 3분에서 4분으로 인상된다.

이 영화는 모든 사람은 25세가 되면 더 이상 늙지 않고, 팔뚝에 있는 시계에 1년의 유예 시간을 제공받는다.

사람들이 일을 하게 되면 시간이 더해진다.

그러나 시간이 제로가 되는 순간 사람들은 죽는다.

이 영화에서 꼬마에게 주는 용돈은 5분이며, 점심 값은 30분이다.

또한 권총 1정은 3년이며, 스포츠카 1대는 59년이다.

성인 버스 요금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인상된 것을 모르는 주인공의 어머니는 결국 버스를 타지 못하게 된다.

그녀에게는 1시간 30분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집까지는 2시간 거리.

그녀는 목숨을 걸고 집을 향해 뛰어간다.

주인공 또한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버스가 그냥 지나치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향해 뛴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제로인 어머니는 아들 앞에서 죽는다.

주인공은 인적이 끊긴 길에서 목 놓아 운다.

서민들은 이처럼 시간이 없어 죽지만 시간저축은행의 주인들은 이자로 시간을 벌면서 수 만년동안 살 수 있다.

시간을 저축하는 개념을 담은 소설도 있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다.

1970년대에 발간된 ‘모모’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 책이다.

‘모모’에서 회색신사는 모모가 사는 마을에 와 시간을 저축하라고 부추긴다.

시간저축은행 영업사원들이다.

이들 때문에 평화롭고 여유가 넘치던 모모가 사는 원형극장 주변 마을은 분주해 진다.

시간을 저축했기 때문이다.

이발사 푸지씨는 시간을 저축했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라 바쁘게 일한다.

그전과는 달리 손님에게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여자 친구인 다리아에게도 시간이 없어서 더 이상 찾아갈 수 없다는 용건만을 적은 편지만 보낸다.

그러는 사이 그의 하루는 점점 짧아졌다.

어느 새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한 해, 한 해가 후딱 지나갔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빼앗긴 모모가 사는 마을은 꼭 대한민국의 오늘과 비슷하다.

아이들은 아이대로 학원과 학원을 오가며 바쁘게도 산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창의성 있는 실적은 드물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면 하는 말이 ‘빨리 빨리’다.

2012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처럼 시간을 저축하지 않아도 시간은 빨리 가는 법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회색 신사인 영업사원들이 없던 시절, 모모가 사는 마을 사람들처럼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한 2012년이 됐으면 좋겠다.<박상섭 편집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