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간다는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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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아버지는 오늘도 점심시간에 맞춰 요양원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그 분이 하는 일은 입소자 1명을 맡아 그저 밥을 먹여주는 일이다.

 


생각에 따라서는 그게 무슨 거론할 가치가 있는 일이냐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점심식사라는 큰 일(?)을 치러야 하는 요양원측은 중요한 원군을 얻게 돼 여유를 벌고, 덕분에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입소자는 제때 제대로 식사를 하게 된다.

 


때문에 요양원에서는 친구 아버지의 방문을 반길 수밖에 없다.

 


더불어 고희를 훌쩍 넘긴 친구 아버지에게는 아직도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요양원 방문은 이제 그 분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하루 일과가 됐다.

 


‘부자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많이 주는 사람이고, 준다는 행위에는 나의 활동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즐겁다’며 베푸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에리히 프롬의 말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더욱이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나 대단한 것이 아니라도 마음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제주시가 올해 이 같은 나눔의 생활화를 선언하고 나서 주목된다.

 


제주시는 최근 소통과 나눔, 사랑의 자원봉사활동을 연중 추진한다며 현재 등록 자원봉사자가 623명인 상황에서 다음 달까지 2000여 전 직원이 등록해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활동 중인 15개 자원봉사동아리도 62개 전 부서로 확대함으로써 공직자들이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이끌어 가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주시자원봉사센터도 제주시와 보조를 맞추고 나섰다.

 


제주시자원봉사센터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봉사운동을 내걸고 현재 등록한 4만 5500여 봉사자를 제주시 인구의 13%인 5만 5000명까지 확대하기 위해 가입 배가 운동을 전개한다.

 


512개 봉사단체도 600개로 확대해 제주시 곳곳에서 자원봉사 물결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이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청소년 자원봉사 학교의 운영이다.

 


도내 중·고교에서 자원봉사가 필수요건이 됐지만 아직도 상당수가 시간을 채우는데 급급한 실정에서 체계적인 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봉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시급한 사안이다.

 


물론 제주시의 야심찬 계획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들의 솔선수범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자칫 실적위주의 전시성 행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행정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당초 의도와 관계없이 변질되는 경우를 왕왕 목격해왔다.

 


따라서 올해 제주시의 화두로 등장한 소통과 나눔의 참의미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

 


본지는 ‘흑룡의 해’ 임진년을 맞으며 올해 주제를 ‘공감 제주, 에코 제주, 동행 제주’로 정한 바 있다.

 


이 중 ‘동행 제주’는 제주사회에 배풂과 나눔의 문화를 확산함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이었다.

 


두 달도 채 안된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름다운 동행’은 아직도 제주사회가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가슴으로 자식을 낳고,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을 나누고, 남을 위해 시간을 쪼개는 이웃의 모습은 여운을 느끼게 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회 양극화 속에 현실은 팍팍하고, 사소한 문제에도 좁은 지역사회는 출렁임이 크다.

 


그러기에 ‘희망과 공감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이들이 더 한층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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