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 노트 - 강영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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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밤 아쉬웠던 아마치 음악 여행
황금빛 감귤이 익어 가는 가을날 한 편의 콘서트를 기다린다. 이미 색이 바래 버린 낙엽들 속에 울리는 존재의 미학. 그래서 한국음악협회 서귀포지부에서 주최한 아미치(친구들)와 함께 떠나는 가을음악여행을 기웃거리다가 그 길을 함께 떠난다. 친구들이란 표현에 걸맞게 국내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10명의 음악가들이 안내하는 여행길은 정말 이 가을밤에 홀로 뜬 별빛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런 콘서트를 보기까지 개인적으로는 힘든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그것은 이 정도의 콘서트가 자주 공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더 큰 어려움은 바로 문화를 갈망하고 열망하는 무지몽매한 나 같은 사람들을 전부 수용하기에는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이 너무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귀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 그리고 서귀포는 국제관광도시를 지향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에서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편의 오페라 정도는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무대와 객석을 갖춘 공연장 하나쯤은 있어야 한층 더 아름답지 않을까?

안동이나 전주를 보면 그 지방색에 맞게 거리가 조성되고 그 조성된 거리 속에서 그들의 문화가 처음 가본 사람들에게도 마음으로 다가오게 한다. 하지만 서귀포는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 속에서 마음과 영혼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이 거의 배제된 듯싶다. 지금 서귀포에서 시도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은 제대로 된 공연장 없이는 문화상품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서귀포시민들과 더불어 서귀포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내놓을 수 없다.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물론 가을날을 보내는 라이프 스타일에서 서귀포와 다른 도시의 차이를 인정하지만, 그래도 문화는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인간적임을 느끼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문화를 통해 인간은 삶의 활력소로 내일을 준비한다. 하지만 서귀포에서 문화적 삶을 누린다는 것이 내일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것 같다. 이것은 바로 황금빛 귤밭이 주는 비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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