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든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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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한.칠레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가 타결되었다. 이 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농림부가 ‘전체적으로 큰 피해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보인 반면, 농민단체들은 ‘농업을 죽이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칠레 FTA가 내년 초까지 발효되기 위해 남은 절차는 대통령 재가와 국회 비준이다. 농민 단체들의 대규모 시위와 비준거부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 정부는 싱가포르와 FTA 협상 추진을 공식 제의했다.

정부는 칠레에 이어 싱가포르 그리고 일본, 중국, 멕시코 및 미국 등과도 FTA 협상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FTA 협상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발표에 농민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놀라고 흥분된 가슴을 진정하고 이미 타결된 한.칠레 FTA 협상부터 되돌아보자. 정부 부처 간 의견을 사전 조율하지 못한 점은 접어두더라도 이 협상의 최대 피해자인 농민들에 대한 설득이 부족해 반발이 계속되는 점은 크게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4년 가까이 끌어온 협상기간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중장기 농업정책을 확고하게 세우고, 홍보와 설득을 통해 농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일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앞으로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기 위한 협상과정에서도 우리 농산물이 비교열위 상품이고 공산품이 비교우위 상품이라는 점에서 입지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물론 식량안보문제 등 농업문제는 단순하게 비교우위의 관점에서만 다룰 수 있는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더 강력한 변화의 물결을 맞게 될 것이다. 제주도의 1차산업을 가파른 계곡에서 카누를 타고 내려오면서 겪게 되는 숨막히는 상황에 비유하고 싶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지자체, 생산자단체 그리고 농민 각자는 자기 위치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방관만 하거나 실수를 하면 배는 뒤집히고 만다.

미국 제16대 대통령인 링컨이 상원의원 선거에 입후보했을 때의 일이다. 합동유세장에서 링컨과 상대편 후보인 더글라스가 연설을 하였다. 먼저 더글라스가 연단에 올라 열띤 목소리로 “링컨이 식료품점을 경영하면서 불법적으로 술을 판매했었다”고 비판하였다.

이에 링컨은 “더글라스 후보가 말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본인이 그 식료품점을 경영하던 당시 가장 충실한 고객은 더글라스 후보였다. 현재 본 후보는 그 장사를 그만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아직도 성실한 고객으로 남아 있다”라고 반박하였다. 술을 파는 것이 잘못이라면 그 술을 사는 것 또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더글라스는 화제를 돌려 다시 “링컨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공격하였다. 링컨은 차분한 음성으로 대응했다. “더글라스 후보께서 나를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하였지만, 만일 내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면 하필 오늘같이 중요한 날 왜 이 못생긴 얼굴을 하고 나왔겠는가?” 링컨의 얼굴이 못생겼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링컨의 유머 섞인 재치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은 가히 위기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라고 해서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또 모든 위기가 반드시 파국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자(漢字)로 위기(危機)는 ‘위험’과 ‘기회’를 의미하는 두 개의 복합문자로, 모든 위험은 기회도 될 수 있다는 뜻을 갖고 있다.

한.칠레 FTA 협상도 현명하게 대처하면 오히려 사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자기반성과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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