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미래...디지털 아카이브(archive)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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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모 일간지에 실린 기사 제목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진흙탕 목숨건 사투…진정한 '애마부인' 감동’이란 제목의 외신이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단어는 ‘애마부인’이었다. 1980년대 고등학교를 다녔던 기자는 그 당시 인기를 끌었던 ‘19금(禁)’ 영화 제목을 떠올리면서 솔직히 야한(?) 사진을 떠올렸다. 묘한 기대감을 갖고 기사를 클릭했던 기자는 내 자신에 대해서는 어이없음을, 그리고 사진에 대해서는 깊은 감동을 느꼈다.

 

호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호주 여성 니콜 그레이엄은 최근 18살 된 애마 아스트로와 함께 시드니 인근 아발론 해안으로 산책을 나갔다. 산책 도중 아스트로는 진흙 구덩이에 빠졌다. 말이 질척거리는 진흙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칠수록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말의 생명이 위급해자자 그레이엄은 자신의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고 진흙에 들어가 말을 꺼내려 했다. 구조대까지 출동했지만 구조작업은 쉽지 않았다. 500㎏나 되는 말의 무게 때문에 건져 올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밀물도 서서히 밀려들며 일분 일초가 급했다. 결국 현지 농부의 도움을 받아 트랙터를 이용했다.

 

주변의 진흙을 파내고 구조대원 모두가 합심한 끝에 마침내 말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말을 구하기 위한 그레이엄의 사투는 현지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됐다. 이렇게 하나의 사진은 기록으로 역사에 남는다. 386세대들은 1987년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기억하고 있고 이 사진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로 출간 50주년을 맞은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란 ‘현실’에 속하는 역사가와 ‘과거’에 속하는 사실들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주장한다. 이 대화를 위해서는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류 국가를 따지는 잣대로 "그 나라에 숲이 잘 조성돼 있는지와 기록물이 잘 보존되고 있는지를 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런 소중한 기록물, 더 나아가서는 문화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해답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고민에 대해 쉬운 해답을 찾기 어려운 것은, 문화유산은 보존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백하게 박제되거나 유리되어 있지 않고 동시대인의 삶 가까이에 닿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해법의 하나로 특정 장르에 속하는 정보를 창고에 모아두는 아카이빙(Archiving)과 디지털화하는 디지타이징(Digitizing)이 제시되고 있다. 끊임없이 기록하고,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일이 선행되고 나면 그러한 자산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바로 이어져야 한다.

 

제주도는 유네스코는 물론 세계인들이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자연 경관을 지니고 있다. 2012년 제주를 살아가는 제주도민은 이런 자연 경관을 후세에 어떻게 남겨야 할 지 고민을 해야 한다. 물론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제주의 힘만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없고 제주의 자연 경관이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의 모습을 후세에도 남길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이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제주도의 한 공무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제주의 경관을 찍은 많은 사진들이 과연 누구의 소유인가? 특히 공무수행 과정에서 찍은 사진들은 도민들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진들이 보관되기보다는 공무원의 퇴임과 함께 보관 기록물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진기록에만 한정되는 지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주도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도 존재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2012년을 살아가는 제주도민들이 많은 현안에 대해 소모적으로 보이는 논쟁을 벌이는 것도 미래에 좀 더 나은 제주를 후손들에게 남겨주기 위해서 일 것이다. 이런 논쟁이 미래에 후손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조그마한 자료들이라도 디지털 아카이브에 보관하고 공고한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부남철 뉴미디어부장대우>bunch@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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