戀書(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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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택시를 타고 조천지역에 있는 말고기 식당에 갈 때였다.

동행한 후배 회사의 직원들이 내내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앞좌석에 앉아 있어서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뒤를 돌아다보니 그들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 보내기에 한창이었다. 이 전엔 청소년들만 심취한 줄 알았었다. 허나 성인들도 양손의 엄지를 이용하여 자판을 쉼 없이 눌러대는 데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문자 메시지가 음성전화 발신 건수를 앞지른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엄지가 입을 눌렀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무정하고 삭막하다는 지적들도 적지 않다.

어쨌든 문자 메시지가 편지의 또 다른 형태로 일상화된 지금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편지 쓰기를 좋아했다. 안부를 묻는 데서부터 후학을 이끌며 철학과 시대를 논하기까지 끊임없이 편지를 썼다.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숨김없이 쏟아 놓을 수 있는 사적인 소통수단으로써 제격이었다.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너나 할 것 없이 편지를 많이 썼다. 군인 아저씨에게 보낸 위문편지엔 초xyz중xyz고 학생들의 정성어린 마음이 모아졌다. 도시에서 공부하는 아들과 딸은 부모님의 고생을 생각하며 감사의 편지를 썼다. 부모님은 편지와 함께 학자금으로 소액환을 동봉하며 건강을 걱정하기도 했다. 지금은 통신이 발달해서인지, 종이에 글쓰기가 싫어서인지 편지가 많이 줄었다.

▲요즘 미국 대통령들의 빛바랜 연애편지가 책으로 나와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제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은 부인 낸시에게 “당신을 만져야하오. 아니면 난 가슴이 터져 버릴 것이오.”라고 썼다.

제36대인 린든 존슨은 부인 버드에게 “오늘 아침 나는 야망과 자신감, 정열에 가득 차 있고 당신을 미치도록 사랑하오”라고 썼다. 세계 최고의 권력자도 부인 앞에서는 여린 존재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담은 연서(戀書) 들인 것이다.

우리도 과거에 밤을 새며 가슴 저린 떨림으로 사랑고백을 담았던 기억들이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돼서인지 옛 추억의 그리움과 감동은 아련할 뿐이다.

모레(22일)는 ‘한국편지가족‘이 정한 ‘매달 편지 쓰는 날’이다. 둘(2)이서 마음을 주고받고, 둘(2)이서 마음을 나눈다는 뜻에서 택일 했다고 한다.

이날 부부끼리 연서 한 줄이라도 쓸 수 있다면, 편지 쓰는 행복의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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