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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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돌을 차면 신문기자의 발에 닿는다”. 어느 원로 언론인이 4년전 95세로 타계한 대기자 홍종인 선생 추모문집에 쓴 글의 첫머리이다. 얼핏 보면 ‘요즘 기자가 너무 많아졌다’는 뜻으로만 생각될지 모르나 그런 것만은 아니다.

홍종인씨가 기자생활을 했던 시절과 미디어의 발달로 기자가 급격히 증가한 최근의 상황을 상기하고자 한 말이다. 물론 만물이 같지 않듯 언론과 기자도 동일할 수 없다. 언론과 기자에 따라 능력과 자질이 다르게 평가될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은 독자들의 판단에 의해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직도 중앙 및 지방 유력 언론의 기자가 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본지처럼 대부분 역사가 오랜 신문일수록 가장 영향력이 있고 우수한 기자 지원자들이 몰려든다. 돌을 차면 기자의 발에 닿을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돌에 맞은 기자가 다 같은 기자일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과거 이러한 유력 신문은 간혹 정치인과 대학교수에 뜻을 둔 인재들이 거쳐 가는 관문이기도 했다. 물론 신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그 만큼 많은 인재들이 기자를 선호했고, 기자를 일부 학계로 나가는 발판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교수가 기자로 직업을 바꾸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자나 교수나 모두 전문 직종이어서 기자로 있다가 교수가 되듯이 교수에서 기자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유독 이 경우만은 다르다.

하긴 기자는 수습기자부터 출발해야 완벽한 기자가 될 수 있다. 꼭 이런 형태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교수와 다른 점이다. 물론 직업의 안정성과 보장적 측면을 따져보고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역시 홍종인씨가 ‘언론을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도 무엇보다 견습기자로 출발해 평생 기자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54)가 내달부터 중앙 모 일간지 기자로 변신한다고 해서 화제다. 50대 중반의 교수가 뒤늦게 기자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특히 강의와 저술활동은 물론 기인적 행동을 통해 수많은 화제를 뿌린 그가 기자가 된다니 더 더욱 놀랍다.

그가 1년간 견습기자를 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중진 유명 교수가 결코 쉽지 않은 ‘20대 수습기자’로의 새 출발, 분명 용기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그의 기자생활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 그게 관심거리다. 혹시 또 도중 하차해 ‘귀거래사’를 남기는 일은 하지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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