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인으로 제주관광 일조 - 바다에서 만든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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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주 프로와 함께하는 제주바다낚시

오늘도 바다를 찾는다. 늘 접하는 바다지만 오늘도 새롭기만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필자에게는 낚시를 통해 사귄 전국 곳곳의 친구와 후배, 선배들이 많다. 낚시를 코드로 스스럼없이 만나 넓디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대화의 창을 열면 이내 허물없는 친구가 된다.

언젠가 가문동 갯바위에서 낚시방송을 촬영한 적이 있다. 이 곳은 평평한 갯바위가 펑퍼짐하게 깔린 데다 수심도 얕아 가족 단위로 찾기에 좋다. 가족 관광객들이 낚시를 하고 싶다면 이 곳부터 추천하고 싶다. 낚시가 아니더라도 경치가 좋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 날 필자의 촬영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관광객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변명이 될지 몰라도 방송 촬영 날에는 조과가 부실할 때가 많다. 평소에는 원하는 어종을 잘 낚아 올리는데, 희한하게도 카메라를 들이대는 날이면 맘처럼 되지 않는다. 고기들이 카메라를 피하나? 그 날도 그랬다. 시청자들이 지켜볼 텐데, 원하는 어종은 잡히지 않고 잡어만 달려들었다. 목표는 벵에돔과 감성돔인데, 잡히는 놈들은 숭어, 어랭이, 학꽁치 등등 이른바 잡어들이었다. 더구나 이 놈들의 정신없는 입질에 슬슬 전의를 잃고 침울해져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지켜보는데, 현장에서 멋있는 파이팅을 보여주지 못하면 어떡하나.’ 심적 부담은 커져갔다. 마침 날씨가 따스했던 탓에 평소보다 사람도 많았다.

낚시인들은 숭어를 잡어로 친다. 그래도 이놈들 물 속에서 버티는 힘이 상상을 초월하는 매력이 있어, 낚시 초보자들에게는-특히 바다가 낯선 관광객들-돔 못지않은 최고 선물이다. 이들은 숭어가 걸리면 환호성부터 질러대며 뜰채에 담아 손으로 잡는 순간까지 짜릿한 손맛, 눈맛을 즐기며 신선한 경험에 어쩔 줄 몰라 한다. 동행한 사람들도 가세해 술렁이며 박수 치고 기념 촬영까지 하는 등 그 순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보노라면 덩달아 기뻐진다.

거기에다 바다낚시의 또 다른 묘미는 잡은 고기로 회를 떠서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이 곳은 천국이요 내가 곧 왕이로소이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필자는 출조 중에 관광객들이 접근해 관심을 보이면 고기를 선물로 건네곤 한다. 어느 관광객에게 숭어를 줬더니 감사해했다. 후에 듣기로 회를 만들어 소주와 함께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이런 행동들은 낚시인으로서 제주의 생명산업인 관광에 일조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한다.

이런 일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어느 관광객 노부부가 있다. 칠순을 넘긴 이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찾았다. 때로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와 동행하기도 했다.

복잡한 휴가철보다 한산한 비수기에 자주 찾곤 했는데 제주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란다. 방문 횟수가 잦아지더니 아예 제주도에 정착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종종 꺼내곤 했다.

공기 좋고, 인심 좋고, 드넓은 바다와 웅장한 한라산까지 낀 이 곳 환상의 섬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면서. 둘은 낚시를 못한다. 자녀들도 그랬는데 손자들은 달랐다. 천방지축 날뛰던 꼬마들은 짧은 낚시대를 바다에 드리우고 말없이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 만큼 재미가 있었던 게다. 필자도 낚시를 드리웠다. 벵에돔, 각재기, 학꽁치 등등. 고급 횟감은 아니었지만 정성껏 회를 떠서 소주 한잔과 함께 노부부 가족에게 대접했다. 부부의 노안에 미소가 피었다. ‘바다가 있기에 웃음이 있고 바다가 있기에 친구가 있다. 바다가 있기에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바다가 있기에 행복한 시간이 있다.’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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