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섬’과 해군부두 건설의 해법
‘평화의 섬’과 해군부두 건설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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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제주군 안덕면에 추진 중인 화순항 해군부두 건설 계획을 둘러싸고 찬반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그 중에서 반대측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해군에서 계획하고 있는 화순항 해군부두 건설이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평화의 섬’, ‘국제자유도시’의 이미지에 위배된다는 것이며, 둘째는 해군부두가 ‘미 해군의 전진기지화’ 내지 ‘미국의 미사일(MD) 구축의 일환’으로 추진된다는 주장이다.

몰론 반대논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해군에 몸담았던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일방적인 반대 주장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지역 이익과 안보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외국의 사례를 통해 되짚어보았으면 한다.

첫째, 해군부두 건설이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평화의 섬 이미지에 상반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국제정치가 늘 가변적인 상황에서도 대화와 교류 등 외교적인 채널을 통해서 평화 유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상주의적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필자도 이러한 시각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상주의자들도 국제정치가 가변적 상황이라는 전제만은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냉전이 종식되었다고는 하나 주변국의 전력 증강과 북한의 핵개발 시인에서 보듯이 오늘날 안보문제를 외교적 노력만으로 달성 가능하다는 시각에 대해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군대가 주둔함으로써 평화, 국제자유도시의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주장 역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논리에 다름 아니다. 반대로 군이 주둔하여 튼튼한 안보를 뒷받침함으로써 관광도시나 물류 중심의 국제자유도시로 발전한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와이가 그 좋은 예다.
영화 ‘진주만’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하와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태평양 지역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하와이는 일찍부터 미국의 태평양함대사령부가 주둔해 왔으며, 이로 인한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오늘날 세계인이 찾는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격침된 애리조나함 승조원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하와이 애리조나(U.S.S Arizona Memorial)만 해도 한 해 평균 14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어 지역경제 발전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물류 중심의 국제자유도시로 이름난 싱가포르도 좋은 예다. 싱가포르는 제주도가 장차 발전의 모델로 삼고 있는 도시로서, 300만의 인구와 국제자유무역도시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25척의 연안 초계전투함 등 총 56척의 함정과 1만여 명의 해군력을 보유(2001년 기준)함으로써 오늘날 싱가포르의 눈부신 성장과 번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지난달 세계적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는 작금의 국제안보 환경하에서 군사적 보장없는 평화는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제주도는 본토와 격리되어 있는 섬으로서 장차 예상치 못한 테러와 도발 등 안보상 위협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제주도내 해군부두 건설은 평화의 섬과 국제자유도시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화의 이미지를 더욱 튼튼하게 뒷받침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해군부두 건설이 ‘미군의 전진기지화’ 내지‘미 MD체제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필자는 이 같은 주장이 해군부두 건설의 중요한 반대 이유로 거론되고 있는 데 비해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나 설득력있는 논리가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화순항 해군기지가 미국 기지나 정책과 연계될 것이라는 추측을 바탕으로 지역주민들의 생존권과 동북아 지역에서의 긴장과 갈등을 운운하는 것은 국가 및 지역 정책을 논하는 입장에서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현대전은 총력전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면 온 나라가 공격 목표가 될 것이며, 제주도만 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을 것인데 제주도에 해군부두만 없으면 그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처럼 비치는 주장은 아무래도 이해되기 어렵다.

자유와 경제적 부를 이룩한 나라치고 그것을 지켜낼 자생적인 안보를 등한시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 이는 평화와 안보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러한 기준은 지금의 세계 질서에도 통용되고 있다.

제주도가 지향하는 평화의 섬과 국제자유도시는 내부가 아닌 외부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의 평화 요건은 내부적 통용기준보다 외부적 시각에서 인정되고 검증될 수 있는 기준으로 달성되어야 한다. 평화와 안보의 일반론적인 원칙에 더 충실하여 평화의 섬과 해군부두 건설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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