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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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철. 한신대 교수/소설가
흔히 키스는 우리가 세상에 갓 태어나 엄마의 젖을 빠는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키스는 붉은색을 탐지하는 능력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도 한다. 인류의 조상들에게서는 숲속에서 빨갛게 잘 익은 과일을 찾아내는 게 중요한 일이었는데, 붉은색에 대한 선호가 이성의 입술에 이끌리게 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계속 진화하면서 키스의 의미도 발전한다. 아기 때 젖을 먹기 위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야 하는데, 우리는 일찌감치 이 자세를 통해 행복과 은혜,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사춘기가 되어 이성에 눈을 뜨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이며 상대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입술이 서로 겹쳐진다. 인간관계에서 키스는 위협을 주지 않으면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의 감정에서 비롯되는 키스는 우리 몸에 강하고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열정적인 키스를 하는 동안 혈관은 팽창하고 뇌로 공급되는 산소의 양도 평상시보다 더 많아진다. 호흡은 가빠지고, 볼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맥박이 빨라지며 동공도 확장된다. 더욱이 키스하는 동안 뇌, 혀, 얼굴 근육, 입술, 피부 세포에서는 끊임없이 신경 자극이 일어나 수많은 호르몬과 신경 전달물질을 분비하도록 촉진한다. 이른바 황홀한 키스는 자연적인 환각 상태를 느낄 수 있게 하는데, 이는 기분을 들뜨게 하는 엔도르핀 분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울증이 심할 때는 키스에 몰입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키스를 두려워하는 키스 공포증(philematophobia)도 있다고 한다. 주로 박테리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며 자신의 혀가 물려 뜯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키스할 때 278개 군락의 박테리아를 주고받지만, 이 중 95%는 몸에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다.

키스는 결혼 적령기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절실하고 현실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키스는 두 사람의 기호, 취향, 접촉 같은 감각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다. 특히 여성에게 키스는 상대가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육체적으로 건강한지를 평가하기 위한 결정적인 수단이다. 말하자면 키스를 나누는 두 연인은 키스를 통해 상대방이 얼마나 헌신적인지, 자녀를 갖기에 적합한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는지 열심히 단서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두 연인은 키스를 통해 서로의 운명을 입으로 봉인한다. 드디어 결혼생활이 시작되는데, 세월이 흘러 서로에 대한 새로움이 사라진 후에도 애정에 계속 불을 지피게 해주는 것 역시 키스다. 키스는 포옹이나 애무와 더불어 우리 몸속에서 배우자에 대한 애착과 신뢰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 그리고 떠나는 순간에도 입을 맞춘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삶은 키스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키스를 통해 감각적으로 깨어나고 사랑을 배우고 또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요즘 이른바 키스방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데, 상대방에 대한 친숙함이나 자발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 우려의 마음도 크다.

이제 끝으로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평소에 입안에서 혀는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바람직할까? 혀끝을 말아 입천장에 닿게 해보자. 잠시 그러고 있으면 뇌파가 안정되고 기분이 달라지고 금방 입안에 단 침이 가득 고인다. 자, 이제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니 연인의 붉은 입술을 향해 다가가 보자.

천천히,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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