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운동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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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농협중앙회 준법지원국장
올해는 협동조합 역사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해이다.

우선 우리나라 최대의 협동조합인 농협중앙회가 지난 2일 50년간 지속돼 온 종합농협체제를 1중앙회 2지주회사로 개편해, 새로운 구조의 농업협동조합으로 출범했다. 한 울타리 안에서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던 체제에서 경제와 금융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 각 사업부문이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경제지주는 경제 관련 13개 자회사들을 관리하면서 판매농협으로서의 농산물 유통체계 혁신을 주도하게 된다. 금융지주는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 등 신설 자회사와 기존 금융관련 자회사를 관리하며 농업금융을 주도하고, 협동조합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에 단행된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은 봄에 논밭을 가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겨우내 단단하게 뭉쳐있던 흙의 조직을 잘게 부숴 새로운 생명을 위한 봄기운을 불어넣듯 농협의 미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쟁기로 잘게 부순 조직 사이로 신품종의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이 뿌리를 내려 재편성된 조직은 그 뿌리를 통해 새로운 역사의 결연한 의지를 키우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50년 종합농협이 여러 법인으로 개편되어 각자의 효율성을 높이되 법인간 시너지는 더욱 크게 하여 농업·농촌 지원에 차질 없도록 할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올해 12월부터 시행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을 통해 취약계층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 서민·지역경제 활성화, 양극화 해소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년 실업의 증가, 중산층의 붕괴, 과도한 대기업 집중 등이 사회통합과 공생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이 이를 타개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자본의 결합이 아닌 사람의 연대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생산·구매·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하는 사업조직으로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운영과 1인1표, 배당제한 등 주식회사와는 다른 독특한 기업모델이다. 그러다보니 경제위기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실 선진국일수록 협동조합은 발달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페인 명문 프로축구 구단 FC바르셀로나, 세계최대의 보험회사 알리안츠, 미국의 AP통신사, 네덜란드의 라보뱅크, 그리고 대형 유통회사인 선키스트, 제스프리, 그리너리도 대표적인 협동조합 기업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 따르면 2010년 이들 협동조합의 고용인원은 10억 명으로 다국적기업 8억 명보다 많다고 한다.

따라서 그동안 농협 등 국내 협동조합이 어떠한 외풍 속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고통을 견디며 얼음장 밑으로 물 흐르듯 농업인 등 사회적 약자와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묵묵히 대변해 온 공로를 제대로 평가해줘야 할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올해가 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라는 점이다. 그동안 농업인, 여성 등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참여를 통해 사회·경제적 발전을 촉진시키고 빈곤퇴치에 기여했던 협동조합의 역할과 기능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 운동을 촉진하는 해가 될 것이다.

농협의 사업구조개편,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세계협동조합의 해’ 등 이래저래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과거 농촌부흥과 서민생활 안정을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했던 농협 등 국내 협동조합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해소와 영리자본의 시장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는 협동조합 운동에 다시 불을 붙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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