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징용 문제 통곡의 춤 '전율'
위안부·징용 문제 통곡의 춤 '전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주도립예술단이 지난 27~28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제25회 정기공연작 ‘붉은 영혼’(대본 조흥동, 안무 김정학)을 무대에 올렸다. ‘붉은 영혼’은 일제 징용, 종군위안부, 제주 현대사의 최대 참극 ‘4.3’ 등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직접 관통한 한국창작 무용이다.

도립예술단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12년간 민속과 설화, 자연을 소재로 한 춤사위에 익숙한 몸짓을 ‘현대 역사’에 잘 융해해 놓았다.

이날 무대의 성공요소는 단원들의 향상된 기량도 있었지만 간명한 무대세트와 조명의 효과가 절대적이었다. 조명 문제는 예술단 공연에서 늘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김정학 안무가는 조명 전문가를 투입시켜 몸짓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통곡의 역사를 보여주었다. 생체 실험대 ‘마루타’의 처절함을 그림자처럼 보여주고 강제징용자에 대한 일본군의 폭력을 깃발로 보여준 ‘깃발춤’, 다랑쉬 동굴의 참상 등은 조명 효과가 컸다. 하얀 막 위로 뿌려진 붉은 피, 몸부림치는 마루타를 보고 관객들은 온몸으로 전율하고 그 극악함에 치를 떨었다.

몇몇 장면은 소품으로 독립시켜 활용해도 좋은만큼 강렬하고 간명했다. 마루타의 ‘저주와 기다림의 춤’, 제주 4.3 중 ‘떠도는 혼의 춤’이 그 일례. 흑.적이 교차되는 무대와 역동적인 춤이 인상적인 무대였다.

그러나 1948년 다랑쉬 동굴의 참상이 주 얼개인 ‘제주 4.3’의 접근은 미약했다. 당시 좌우 이념 갈등으로 희생된 민초들의 모습은 간략히 표현됐고 다랑쉬의 참상 역시 단편적이라는 인상이 많았다. 또 징용.위안부.4.3 희생자를 위한 상생.천도의 장을 표현한 ‘에필로그’ 역시 ‘평화’와 ‘상생’의 의미를 심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역사물 80분 공연은 다소 장황했고 압축된 맛이 없었다. 광복의 기쁨을 표현한 ‘환희와 희망의 춤’, 원혼들을 위한 ‘위령의 장’ 등은 간명하게 표현하거나 생략해도 되는 그런 부분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현대 역사’로 공연 소재를 확장한 예술단의 다른 ‘도약 무대’를 기대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