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엿보기 - (3)미디어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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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선에서 DJ의 슬로건은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이 슬로건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였던 당시 상황과 맞아떨어졌다. 유권자에게 DJ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것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DJ 선거캠프는 이 슬로건으로 상징되는 미디어 전략에서 상대후보 진영을 압도했다. 톡톡 튀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묻어난 TV광고와 방송연설은 경쟁 후보측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또 DJ의 지지율을 30%대에 단단히 묶어놓은 반(反) DJ 정서를 희석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국 DJ는 한국 정치사에 미디어 선거 원년으로 기록된 1997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권력은 미디어에서 나왔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5년 전이 그랬듯, 이번 대선 역시 미디어 선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례로 미디어 대책반이 각 후보 캠프의 핵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상 캠프를 장악, 선거운동의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각 캠프 미디어 대책반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선거기간 세 차례의 방송 합동토론.
각 캠프는 3일 정치.외교, 10일 경제.과학, 16일 사회.문화.여성.언론 등의 주제로 각각 진행될 합동토론이 이번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토론을 앞두고 각 후보는 갈길 바쁜 대선 행보를 잠시 멈췄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2일 오후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미디어 대책팀과 함께 TV합동토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도 이날 서울시내 한 스튜디오에서 실전연습을 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 또한 대선 유세를 중단하고 리허설을 했다.

후보들은 저마다 장점과 정책적 우위를 강조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자신과 상대의 취약점을 파악해 기선을 제압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미디어 선거의 본고장 미국을 살펴보자.
TV토론에서 후보 간 공방은 치열하나, 감정적이기보다 이성적이다. 수치와 자료로 상대를 몰아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로에 대해 정중하고,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다. 정치철학보다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하는 ‘탤런트’적 이미지가 중시된다. 이 점은 미디어 선거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우리 역시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권자가 이를 염두에 두면서 TV를 본다면, 그리 문제될 것은 없다.
또한 인신공격의 후보보다 비전 제시의 후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 정치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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