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은 박근혜의 승리, 대선이 시작됐다
4.11 총선은 박근혜의 승리, 대선이 시작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4·11총선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사실상의 승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지난 서울시장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파문, 민간인 불법사찰,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대통령 주변의 부정비리로 집권여당은 총선 전 패닉상태였었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 4년 실정에 따른 정권심판론이 대세를 이루던 시점에 재등장한 박근혜는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하고 당 운영을 비상체제로 가동하면서 위기에 빠진 정부여당을 구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총선은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의 선거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새누리당 선거전은 박근혜의 원맨쇼였다.

대구와 경북의 텃밭을 확고하게 지켜냈고 문재인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부산경남의 낙동강벨트를 단 3석만 내주며 무난하게 방어했고 강원도를 싹쓸이했으며 충청권에서도 대권주자 없는 자유선진당의 몫을 가져오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청와대로선 박근혜가 하늘로부터 내려준 구원자인 셈이다.

자칫했다간 재임 중에 국회 청문회까지 불려가고 탄핵을 당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던 만큼 당연하다.

이제 박근혜는 집권여당의 단독 대선후보로 완전히 자리매김했으며 8개월간의 대선 대장정을 홀가분하게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역대 대선에서 수도권이 막판 승부처가 됐다는 점에서 박 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당사에서 수도권을 잡지 않고 집권을 했던 정당은 찾기 힘들다.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역시 수도권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도권을 공략하지 않는 이상 박근혜 역시 ‘영남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선을 앞둔 그의 마지막 ‘고지’가 수도권에 있는 셈이다.

반면 정권심판론을 내걸고도 참패한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한 야권은 이번 총선을 통해 박근혜라는 이미 검증된 절대강자와 맞서야하는 부담스러운 과제를 안게됐다.

국민이 차려준 밥상을 걷어찼다는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한명숙 대표는 물론 친노 주류세력이 벼랑끝에 몰렸다.

여기에다가 8개월 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에 맞설 대항마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니, 상당 기간 극한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 입장에서 이번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수도권에서의 승리라는 점이다.

비록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수도권 112석 가운데 69석(서울 32, 경기 31, 인천 6)을 확보하면서 대선전에서 정권심판론의 불씨를 살려갈 단초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회를 상실하면서 발생이 불가피한 총선패배의 후폭풍을 어떻게 조기에 수습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이렇듯 여권은 이미 대선 레이스를 시작할 만반의 준비가 끝난 반면, 야권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속이다. 2002년과 같은 합종연횡과 단일화 드라마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미 한번 개봉한 영화의 리바이벌을 갖고서 민심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여권이 총선 결과에 자만했다간 어쩌면 이번 총선 압승은 여권에게 ‘독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