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전략기획처장 - 접근방법 차이 배척 곤란
해군 전략기획처장 - 접근방법 차이 배척 곤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평화란 태초 이래로 우리 인류가 끊임없이 추구해 온 것으로 이 세상에서 축복받은 것들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제주도를 평화의 진원지로 발전시켜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앞당기고 더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한다는 ‘제주 평화의 섬 추진 구상’은 매우 수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조국의 안위와 발전을 보장하는 국가안보적 동기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제주 화순항 해군부두 건설계획이 이러한 제주 평화의 섬 이미지에 위배된다 하여 일부 반대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순수한 국가안보를 위한 프로젝트인만큼 반대가 거세다 하여 도중 하차할 수는 없다.

현재 제주 평화의 섬 추진 구상에서 주장하고 있는 평화가 구호상의 막연한 개념인지 실천상의 구체적인 개념인지 정확한 실체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 우리로서는 인식함에 있어 혼동만 가중될 뿐이다. 제주 평화의 섬 추진 구상하면 적어도 목표에 해당되는 당설 가능한 상태, 그러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방법, 그리고 방법에 동원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이 명쾌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해군의 평화관은 명료하게 정립되어 있어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다. 목표는 해양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을 유린할 수 있는 각종 해양분쟁의 방지이고 이를 위한 방법은 유사시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즉응태세를 유지함으로써 분쟁 발생 그 자체를 사전 단념시키는 것이고 수단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된 함정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기지이다. 화순항 해군함정 전진기지 건설도 이와 같은 목표.방법.수단이라는 개념으로 정립된 해군의 평화관에 입각해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발전시키고자 정착시켜야 할 평화관을 정확히 정립, 해군이 제시하는 평화관과 비교해 상호 모순적인지 아니면 상호 보완적인지 서로의 관계를 더 객관적으로 정립해야 할 때이다.

일반적으로 평화의 목표로서 전쟁의 단순한 부재와 같은 소극적 목표와 전쟁을 포함한 빈곤.공포.억압.폭력.재해 등과 같은 구조적 폭력의 부재를 추구하는 더 적극적인 목표가 있다. 만약 제주의 평화관이 적극적 목표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실제 해군은 각종 군사.비군사적 해상폭력의 억제 및 방어라는 순수한 군사적 역할 뿐만 아니라 자원의 보고인 바다와 국가발전의 젖줄인 해상교통로 등을 보호하는 경제적 역할까지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목표 측면에서 제주의 평화관과 해군의 평화관은 서로 상치되는 관계가 아니라 합치되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평화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론에 있어 지금 제주 현지에서는 한편으로는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확실한 힘을 갖고자 진해 해군기지보다 더 큰 기지가 화순항에 건설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력보다는 교류와 협력과 같은 국가의 정치.외교적 노력이나 또는 무장해제나 군비 감축 등에 의해 평화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다소 급진적 주장도 있다.

물론 어느 주장이나 나름대로 고려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실현 불가능한 지나친 이상주의적 평화 처방책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현실세계이지 이상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 소련의 대통령과, 중국의 총리와, 북한의 국방장관과 평화적 회담을 개최함으로써 제주의 평화적 이미지는 한층 더 고양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화순항 해군부두가 제주 평화의 섬 이미지에 위배된다 하여 결사 반대해야만 하는 이유의 합당한 근거가 될 수 있을까? 한국 해군이 국가안보를 위해 제주 화순항에 함정전진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평화에 위배되는 것이란 말인가. 물론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서 주변국의 군축을 유도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순수한 이론적 발상이지 국가안보를 위한 실제적 정책대안은 될 수 없다.

당장 목하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의 예를 보자. 군사분계선이 개방되어 경의선과 동해선이 건설되고 있다. 말이 군사분계선 개방이지 실제로는 적에게 공격 기동로를 열어주는 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위험부담이 있음에도 양측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만에 하나 있을 우발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자신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곧 힘 즉, 군사적 대비태세마저 오늘날 실제적으로 평화를 성취하기 위한 비군사적 방법인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력 그 자체가 평화를 해치는 것은 아니다. 힘에 의해 뒷받침되는 평화만이 진정한 평화이다. 즉 무장하지 않는 평화는 약할 수밖에 없다. 힘이 없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협력을 위한 실질적 파트너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향후 제주도에 투자를 희망하는 국내외의 잠재적 또는 유력 투자가들에게 제주 화순항에 해군함정이 전개하는 것이 투자를 위한 안정된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닌가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물론 해군은 외국의 투자 유치를 위해 그리고 관광산업을 위해 화순항에 해군부두를 건설하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국가안보적 동기에서 건설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비록 안보적 자산이지만 도내 관광 및 경제를 위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대부분 공감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국가안보 문제에 관한 한 입장과 접근방법이 단순히 다르다는 것만으로 상호 배척의 명분이 되어서는 안된다. 논의한 바와 같이 알고 보면 해군의 평화관과 제주의 평화관은 내용상 상호 모순적 관계보다는 보완적 관계에 있다. 더는 화순항 해군부두 건설의 당위성이 모호한 평화논리에 의해 희석되지 않았으면 한다. “병기는 100년을 쓰지 않아도 좋으나 하루라도 준비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다산 정약용의 유비무환의 정신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박균영 해군 전략기획처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제주일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