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 주민은 바란다
읍·면 주민은 바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주시와 북제주군이 합쳐져 탄생한 행정시 ‘제주시’는 통합 이후 성격 자체가 모호해졌다.

 

농어촌 성격이 강한 지역과 전형적인 도시 특성을 가진 지역의 조합은 자치권의 소멸과 맞물려 뚜렷한 지향성을 제시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특히 통합시의 명칭마저 제주시로 정해지면서 옛 북제주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아직도 소외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행정의 무게 중심이 도심 중심으로 이뤄지고, 읍·면 지역에 대해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홀하다는 게 골자다.

 

제주도의회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읍·면지역 차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주시가 읍·면지역 주민 1100명을 대상으로 생활여건 전반과 현안 등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여겨진다. 여론조사가 만능일 수는 없지만 민심을 점검함으로써 향후 이들 지역에 대한 행정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제주시 읍·면지역 주민들은 자유무역협정(FTA)의 거센 파고에도 불구하고 농업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줄인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간유통 개선과 친환경 농산물 확대, 다품종 소득 작물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관광산업을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원동력으로 생각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바람을 토로했다.

 

읍·면지역의 생활여건에 대한 불만도 컸는데, 자녀 교육문제와 문화생활 인프라 부족, 불편한 대중교통 등이 주요 이유로 제시됐다.

 

축산업의 발전 이면에는 악취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고통이 있었고, 부족한 청년 일자리 확대, 대형 여객선 취항, 보건의료 확충 등에 대한 목마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바람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기도 하다.

 

김상오 시장은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수입 개방의 파고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 강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농업 전문대학 설립을 통한 농업전문인력 육성, 밭농업 균형 발전 지원, 수출 유망작물 전략적 육성 등을 그 방안으로 제시하는 한편 읍·면·동 방문시 수렴된 다양한 의견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여론조사에서 생활 여건이 가장 불만족스러운 지역으로 나타난 구좌읍은 구좌읍민합창단 창단, 빈집을 활용한 갤러리 조성, 지역메세나 운동, 천년의 숲 콘서트 등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주민들의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일들이 시장이나 읍장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자가 바뀌면서 이전에 추진했던 각종 시책이 흐지부지돼 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다.

 

더불어 정책 방향을 설정할 때는 행정 내부에서의 검토와 토론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물론 행정시 전환 이후 주요 권한이 제주도청으로 집중되면서 행정시 공직자들의 사기가 떨어진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야심찬 기획이 제주도에서 보류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예산의 뒷받침을 받지 못해 어려움도 크다.

 

그러나 심야 공영버스 운행이 시민들의 호응을 얻는 것처럼 조금만 고민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제주시의 민심 살피기가 읍·면지역 주민들과 더 긴밀하게 호흡을 맞추며 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홍성배 사회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