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엿보기 - (5)X파일과 폭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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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서 X파일 위력 대단…후보 흠집내기 등 꼬리에 꼬리"


한국정치 토양에서 X파일의 위력은 후보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대단하다. 정치권이 이에 매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선을 보름 앞둔 요즘 여야 정치권의 핵심 전략도 후보 흠집내기다. X파일 공개와 반박이 서로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4일도 그랬다. 한나라당은 이날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땅투기와 재산은닉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도 이에 질세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땅투기 의혹을 주장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물고 물리는 폭로 공방전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피면 각당이 파일을 공개하는 진행과정과 처한 상황이 얼마간 다르다. 후보 등록 전과 등록 후의 사정이 당마다 달라졌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사실상 오래 전에 정해져 있었다. 적어도 민주당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은 상대 후보인 이 후보에게 문제가 있다 싶으면 그 때마다 공격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링에 오를 후보를 기다렸다. 예상 후보의 파일을 축적해 뒀다가 선거운동 기간에 터뜨린다는 식이다. 일례로 정몽준 파일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파일은 진위와 상관없이 ‘현재형’으로 미공개 성격이 짙다. 반면 민주당의 파일은 이 역시 진위와 관계없이 ‘과거형’으로 공개했던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렇다.

일례로 한나라당의 ‘국정원 도청 자료’ 문건 폭로는 진행형이고, 민주당이 한 손에 단단히 움켜쥔 ‘병역 카드’는 과거형에 속한다. 사실 이 같은 구분은 무의미하다. 두 당이 폭로정치에 능숙하다는 평가면 족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폭로내용이 아니다. 살펴야 할 것은 X파일과 폭로정치로 점철되는 그릇된 선거문화다. 또 그 문화가 낳는 폐해다.

폭로정치는 유권자의 눈을 가린다.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일단 무엇이 진실인지 유권자가 판단하기란 어렵다. 정보도 없고, 주장과 반박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폭로내용은 국민을 흥분케 하고, 감정으로 치닫게 한다. 국민은 섣불리 이것이 옳다고 단정하지 못하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며 분노한다.

이리 되면 유권자의 정책적인 판단, 이성적인 선택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유권자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후보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선택을 강요받는 셈이 된다.

폭로전은 유권자에게 이러한 위험 부담을 주고 있다. 정치권은 오히려 이점을 노려 폭로전의 고삐를 죄고 있다. 강요된 선택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유권자가 정신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 도리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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