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엿보기 - (6)제주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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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국사회 이끄는 바로미터
전국 득표상황과 결과 일치"


5년 전 이맘때도 선거전은 예상할 수 없었다. 박빙으로 피를 말리는 양상이었다. 한 표가 아쉬웠던 후보들은 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그러나 김대중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제주를 찾지 않았다. 대신 수도권과 충청권에 치중했다. 시쳇말로 ‘선택과 집중’으로 선거전에 임했던 것이다. 제주 유세는 부인 이희호 여사가 맡았다.

이러한 선택이 적중했기 때문일까. 김 후보는 당선됐다. 아이러니하지만 제주의 전체 유권자 수 정도인 39만553표 차로 이회창 후보를 눌렀다. 제주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 사례가 시사하고 있는 점은 없는가. 굳이 찾자면 두 가지다. 하나는 지역주의로 치닫는 선거문화의 씁쓸함이고, 다음은 제주에서 이겨야 당선된다는 사실이다. 전자가 ‘표 없는’ 지역으로 겪는 설움이라면 후자는 제주가 한국사회의 상식을 이끄는, 그래서 바로미터의 역할을 한다는 자긍심이다.

순서대로 설움부터 따지자.
16대 대선 전체 선거인 수는 3501만4410명. 이 가운데 제주는 39만1361명으로 전체의 1%를 조금 넘는 정도에 그친다. 치열한 접전을 벌일수록 이 수치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치권의 계산법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 수치에서도 표가 갈리기 때문에 제주에서 후보 간 표차는 위협요건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표가 적은 제주는 대선에서 들러리를 설 수밖에 없는 것은 지역주의 탓이다. 영.호남으로 갈린 선거문화로 제주 등 몇 지역이 관심 밖에 머물러 있다.

곱씹어 봐야 할 것은 이에 민감한 우리의 패배주의적인 지역주의다. 소외됐다는 생각에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유권자가 많다.

제주의 투표율은 전국 최고를 달린다. 그러나 유독 대선 때만은 그렇지 않다. 지난 대선의 경우 전국 투표율은 80.7%였다. 그러나 제주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77.1%였다. 상당수 제주 유권자들이 지역싸움에 낄 이유가 없다며 선거를 보이콧한 결과가 아닐까.

자긍심을 살피면 얘기가 달라진다. 1987년, 1992년, 그리고 1997년 대선에서 당선자는 모두 제주에서 1위를 했다. 후보 간 제주 득표율도 전체 득표율에 매우 근접해 있다.

1992년 대선 때 제주에서 김영삼 후보는 40%(전국 42%), 김대중 후보는 32.9%(전국33.8%), 정주영 후보는 16.1%(전국 16.3%)의 지지를 얻었다. 1997년 때는 김대중 후보 40.6%(전국 40.3%), 이회창 후보 36.6%(전국 38.7%), 이인제 후보 20.5%(전국 19.2%)순이었다. 절묘하게 전국 득표상황과 제주의 결과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 정도면 제주에서만 선거를 치러도 무리가 없을 법하다.

정치권이 당락의 변수가 못 되는 제주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징성이 큰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외를 느낄 필요가 없다. 좀더 적극적으로 후보 심판에 나서야 한다. 이 또한 우리의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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