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왕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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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내 최대 은행이면서 가계 전문 은행이라는 국민은행이 3군데 이상에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고 있는 고객 40여 만명을 ‘잠재 불량고객’으로 분류해 서비스 한도를 50~100%까지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바꿔 말하면 연체 전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현금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아예 신용카드 회원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의미다.

‘회원의 동의가 없으면 회원자격을 박탈하지 못한다’는 약관 때문에 회원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말 대신 ‘이용한도를 100% 축소하겠다’는 말로 바꾼 것이다.

이 은행은 또 자영업자에 대한 신규 카드 대출을 금지하고 카드론 대출도 전면 중단했다.

이 정도라면 가계대출과 관련한 은행의 조치 중 가계에 미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도 강력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가며 빚을 돌려막기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그런 고객일수록 신용불량의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실 위주의 경영을 위해 나름대로 불량고객을 정리하겠다는 은행들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과 은행들의 잇따른 가계대출 금리 인상 조치 이후 신용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따지고 보면 신용카드 연체율이 치솟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데는 은행과 카드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들은 그 동안 일정한 기준도 없이 카드를 남발했다.
길거리에서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 등에게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발급해 주고 현금서비스 이용을 적극 권장했다.

심지어는 사망자의 이름으로도 카드를 발급해 주는가 하면 카드 발급을 신청하는 고객들에게는 값비싼 선물을 돌려가며 카드 장사에 매달렸다.
카드 연체율이 높은 것은 어떻게 보면 은행이나 카드사의 자업자득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각종 부작용이 심화되자 그 책임을 이제는 고객들에게 떠넘기겠다고 하고 있다.

은행들의 이 같은 행태는 마치 맑은 날 우산을 줘 놓고 정작 비가 오는 날에는 그 우산을 빼앗아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고객들로서는 잔뜩 약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선도은행이라는 국민은행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자 당장 다른 은행과 카드사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월 말을 기준으로 은행권이 제주지역에서 발급한 신용카드는 35만8000여 장이었다.

이들이 한달 동안 이용한 현금서비스는 1139억원.
지역별 집계가 안 되는 비은행계 카드까지 포함하면 제주지역 신용카드 발급 장수는 80만장, 서비스 이용금액은 3000억원 정도는 족히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이용자들을 불량고객으로 내모는 조치들을 계속 취할 경우 제주지역에서도 신용불량자들이 부지기수로 양산될 것이다.
지난 10월 말까지 집계된 국내 개인 신용불량자는 252만8000여 명이었다.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고 신용카드 이용자들을 ‘신용난민’으로 만들어 버릴 경우 그 부작용은 결국 부메랑이 돼 금융권으로 고스란히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은행들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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