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사업, 이대로 좋은가
제주맥주 사업, 이대로 좋은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주맥주 사업은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가. 최근의 사업 추진 행보를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당초 계획과 달리 사업 추진 과정에서 근본적인 취지가 퇴색되면서 방향감을 상실한 게 아닌지 근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맥주 사업은 이달 말까지 사업 추진을 위한 민간사업자 3차 공모에 나서고 있다. 지난 1, 2차 공모에서는 끝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지역기업이 나오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공모에서 법인 설립 출자 지분과 관련해 ‘지역기업 의무 참여’ 조건을 없애는 처방책(?)을 내놓았다. 2개 이상 기업의 컨소시엄 구성 조건도 없앴다.

이에 따라 제주맥주 사업 1단계 설립자본금 377억원 가운데 지역기업 출자 지분 26%(98억원)는 없던 일로 됐고, 도내·외 기업 구분 없이 민간사업자 출자 지분이 70%(264억원)로 높아졌다.

바꿔 말하면 대기업을 포함한 민간기업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지역업체의 자본 영세성 등을 이유로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기업 참여가 없는 제주맥주 사업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반문할 수 밖에 없다.

제주도가 2007년 발표한 ‘물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보면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기본계획에는 제주맥주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제주지역 맥주사업은 일본 오키나와의 ‘오리온맥주’처럼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활력소로써, 새로운 동력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제주를 찾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에게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맥주를 제공해 제주관광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을 수 있으며, 농가소득 증대와 함께 맥주유통 및 판매서비스 분야에 창업 기회를 제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대로라면 제주맥주 사업은 먹는샘물 삼다수에 이어 제주를 대표하는 ‘물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업에 지역기업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겠는가.

여기에서 지역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해진다. 어떤 사업이든 결론적인 문제는 경제적 타당성, 즉 수익성이다. 경제적 타당성도 확실치 않은 리스크가 큰 사업에 도내 어떤 기업이 100억원 정도를 과감히 투자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보면 제주맥주 사업은 애초부터 지역기업 참여를 불가능케 한 조건을 내세운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 분명 리스크가 크다면 그만큼 대규모 투자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세제 인센티브 등을 통해 지역기업 참여를 이끌어내는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됐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적으로 제주맥주 사업의 근본적인 취지와 출발점은 ‘지역 자원을 밑거름으로 해 지역 투자와 참여를 이끌어내고 1~3차 산업을 아우르는 복합융합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선순환 지역경제사업의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이 같은 취지를 살리기 위한 묘안을 짜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대기업이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면 도내 생산자단체 및 지역기업 등이 함께 참여하는 길을 반드시 터놓거나 장기적으로 지역경제 활력소로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만 도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제주맥주를 먹을 수 있고 관광객들에게도 권장할 수 있다. 분명 무늬만 제주맥주라는 거품은 반드시 걷어내야 한다.

김태형 경제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