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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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 만나자/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 정호승은 첫눈 오는 날의 단상을 이렇게 노래했다. 그의 시처럼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그야말로 설렘이고 상서(祥瑞)롭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요즘, 청춘남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사람들이 첫눈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긴 이 미욱한 세상,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이 세상에 눈이 내리면 그것도 첫눈이 내리면….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김용택의 ‘첫눈’)

시인이 아니어도 이 겨울, 첫눈이 내릴 때 쯤 그리운 이름 한둘 쯤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봉숭아물 들인 게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여름 내내 손톱에 곱게 물들였을 봉숭아물은 첫눈을 기다리며 첫사랑을 기약했으리라.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번 주말 올 겨울 첫눈이 기대된다고 예보했다. 주말이자 대설(大雪)인 7일 구름이 많이 낀 가운데 첫눈을 기대해도 좋음직하다.

흔히 말하는 함박눈은 포근한 날 잘 내리며, 눈송이가 커서 잠시 동안 온 세상을 은세계로 만든다. 매우 한랭한 날에는 큰 눈송이로 성장하지 못한 가루눈이 내린다. 함박눈은 끈기가 있어서 잘 뭉쳐지지만, 가루눈은 끈기가 없어서 잘 뭉쳐지지 않는다.
함박눈이면 어떻고 가루눈이면 어떤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들고/ 허공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곽재구의 ‘첫눈 오는 날’)

겨울 문턱에서부터 젊은 남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첫눈. 첫눈 내리는 날 무엇을 할까.

한 결혼정보업체가 전국 미혼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첫눈 오는 날 연인과 하고 싶은 것’을 설문조사한 결과 교외 드라이브, 전망 좋은 찻집 가기, 바다 구경 등이 꼽혔다.

또 하나 탤런트 원빈과 송혜교가 첫눈 내릴 때 만나고 싶은 남녀 스타로 선정됐다고 한다.

첫눈을 같이 맞고픈 스타가 아니라도 첫눈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쌓이는 적설량만큼 풍요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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