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부탁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지난 17일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지난달 ‘제3회 독자 선정 이 분야 최고의 책’ 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2000년대 전·후 최고의 소설로 각각 선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엄마를 부탁해’는 출간 10개월 만에 100쇄 100만 부를 돌파하면서 숱한 화제를 끈 이후 연극과 뮤지컬로도 제작돼 ‘엄마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지난 2011년 4월에는 우리 소설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출판시장에서 찬사와 호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영어판 열기에 힘입어 32개국에 번역 판권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려 한국 문학의 세계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2년에는 한국 작가 최초로 아시아 최고 문학에 주는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감동과 작품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도 했으며 5월초에는 200만 부 판매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기자는 ‘엄마를 부탁해’를 지난주에야 읽었다.

 

기자가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선입관 때문이었다. 제목만 보고 단순하게 효도를 ‘강요(?)’하는 소설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기 때문이다.

 

큰 딸이 이 책을 보고 싶다고 하길래 구입한 후 무심코 책장을 넘겼다가 단숨에 책을 다 읽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감동하는 지를 알 수 있었고 가정의 달인 5월에 부모님을 다시 생각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엄마는 자식과 남편에게 너무나도 헌신적이었다. 그렇게 언제까지나 나의 엄마일 줄 알았던 엄마는 서울역에서 실종된다. 엄마가 사라지고 난 뒤, 내가 알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들과 하나둘씩 마주하게 된다. 까막눈인 엄마는 내가 쓴 책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내 책을 다른 여자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엄마는 먹고사는 것에 바빠서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는 생활비 중 일부를 보육원에 보냈다. 엄마에게는 아빠가 전부고, 자식들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힘들 때마다 기댈 수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렇게 엄마가 떠난 뒤, 진정한 엄마를 볼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내 ‘엄마’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어릴 때 내가 필요로 하면 언제나 내 옆에서 나를 지켜주던 엄마.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엄마. 위암에 걸려 자신의 위를 전부 들어내면서도 자식 걱정을 하던 엄마. 지금도 자신보다 자식과 손주를 먼저 걱정하는 엄마.

 

나이 들면서 엄마라는 말은 또 다른 느낌도 함께 주는 말이 되었다.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죄송한 마음과 함께 짠한 느낌이 들고 때로는 가슴이 아려오는 아픔을 느끼곤 한다.

 

‘엄마를 부탁해’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엄마는 항상 염려스런 얼굴로 너에게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하셨으나 어딘가에서 네가 돌아오면 네가 머문 곳에 대해 참 세밀하게도 물었다는 생각. […] 너는 늘 짧게 대답하곤 했다. 엄마가 더 물으면 귀찮아져서 나중에 얘기해 줄게, 엄마! 그랬다. 너희 모녀에게 다시 그런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네 앞에는 늘 다른 일이 놓여 있었으므로.’

 

지금 난 놀란다. 내가 엄마에 대해서 아는 것이 얼마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고, 엄마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나의 무심함에 놀란다. 또 내가 엄마의 사랑을 얼마나 당연시했는지에도 놀란다.

 

지금 나는 후회한다.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엄마에게 못한 것을.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 무심히 대하지는 않는지 나중에 해 줄 말이라고 아껴두고 있는 것이 없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사랑과 관심은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부남철 미디어부장대우>
bunch@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