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정부'와 신뢰사회
'양치기 정부'와 신뢰사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송기도 전북대 교수 / 前 콜롬비아 대사

많은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선거 때나 조금 신경을 쓰지 평상시에는 정치이야기가 나오면 TV나 라디오를 꺼버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정치인을 싸움이나 하고 모두 ‘썩었다’고도 한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정치 자체를 외면해 버린 탓이다. 2008년 시사주간지인 시사저널이 ‘미디어 오늘’에 의뢰해 발표한 직업별 신뢰도 여론조사를 보면 33개 직업군 가운데 소방관과 간호사가 1,2위를 차지했고, 정치인은 꼴찌(33위)를 했다.


왜 국민들은 정치인을 믿지 않을까? 무엇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게 한 것일까? 만일 한 국가에서 그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인이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했다면 그 국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신뢰(Trust)’에서 신뢰는 한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했다. 그리고 관습·도덕·협동심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며, 신뢰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협력이 잘 이뤄지고, 낮은 사회에서는 상대방을 잘 믿지 못하기 때문에 협력이 어렵거나 협력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용은 결국 사회 또는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는 받고 있는가? 우리 국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정부가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가? 광우병 파동 당시인 2008년 5월 정부는 주요 일간지에 “국민의 건강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확실히 지키겠습니다”라고 광고를 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이 광고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 중단 ▲이미 수입된 쇠고기 전수 조사 ▲검역단 파견 현지 실사 ▲학교 및 군대 급식 중지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자 정부는 미국에 검역단을 파견했을 뿐이다. 청와대는 “현재 미국에서 광우병 걸린 쇠고기가 우리에게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라고 발표했으며,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미국에서 온 자료를 (분석)했을 때 검역 중단을 할 단계가 아니다.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2500년 전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풍족한 식량(糧), 충분한 병력(兵), 백성의 신뢰(信)가 있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어쩔 수 없이 한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이 셋 가운데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는 말하길 “병력을 버려야 한다” 고 답했다. “그 다음은 무엇입니까?” “식량을 버려야 한다. 예로부터 사람은 모두 죽지만,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라고 했다. ‘논어’ 안연 편에 나오는 자공과의 문답에서 공자는 ‘정치의 3요소’로 ‘식량, 병력, 신뢰’를 꼽으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의 신뢰’임을 역설한 것이다. 지난 반세기 놀랄만한 경제발전 덕에, 우리나라는 한반도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 최고의 경제적 생활을 누리고 있다. 또 군사력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백성의 신뢰’는 어떤가?


2008년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시위’, 그리고 ‘천안함 사태’는 우리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 정부는 광우병이 발생하자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광우병 관련 뉴스가 최근 TV나 언론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국가 운영에 정말 중요한 일이다. ‘양치기 정부’를 누가 믿겠는가?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 국민의 믿음이다. 국회의원 수가 많든 당원수가 많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국민의 신뢰는 얻는 것이 정치의 요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