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 위한 '배움의 등불'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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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째 야학 운영하는 동려
가난으로 배움에 목말랐던 사람들과 함께 희망의 불을 밝혀온 사람들이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꿈꾸지 못했던 청소년들과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제대로 된 배움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우리들의 어머니.

그들과 함께 30여 년간 호흡하며 ‘같은 길을 걷는 길벗(나그네)’인 동려(同旅)는 배움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배움의 열정과 나눔의 온정을 전하는 최고의 벗이다.

사단법인 동려(이사장 한경찬)는 1975년 제주지역에서 최초로 설립한 야간학교를 전신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평생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동려평생학교와 동려청소년학교, 동려교육문화원, 동려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동려는 1974년 12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학생들과 도내 대학생들의 뜻을 모아 시작됐다. 당시 동려회원들은 매달 500원씩의 회비를 내거나 각계의 모금을 받아 학교 운영비로 충당했고 자원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 제주신문은 ‘불우아 위한 배움터 동려야간학교’라는 기사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하고도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불우한 아동들에게 야간학교를 열어 정서교육과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 준비를 시켜주는 대학생들이 있어 메말라가는 사회에 화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묘사했다.(1975년 6월 20일자 3면)

1975년 4월 3일 개교한 동려야간학교는 옛 오현고(현 중앙시장)의 빈 교실을 빌려 50여 명의 학생들을 받아 수업을 시작했으나 사정의 여의치 않아 교회나 건설사 창고 등을 전전해야 했다.

또 책.걸상은 물론 분필을 살 돈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기에 가난은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소외된 이웃을 돕고 싶다는 순수함은 여태껏 동려를 지탱해온 힘이라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이다.

2001년 현재의 자리에 학교 건물을 신축하고 현재까지 졸업생 2500여 명을 배출한 동려는 제주 평생교육의 산 증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개교 초기에는 학생들 대부분이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들이었으나 현재는 제도권 학교가 감싸주지 않은 청소년 40여 명이 동려청소년학교에 재학하는 것을 제외하고 190여 명의 성인들이 동려평생학교에 다니고 있다.

한경찬 이사장은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가정을 꾸려가시느라 배우지 못한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은 이제야 빚을 갚는 당연한 의무”라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봉사”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동려는 이제 성인문해교육 거점기관으로 선정된데 이어 도내 최초로 초등학교학력인증기관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이사장은 “남을 위한 봉사를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실제 봉사는 남을 위해 베풀겠다는 마음자세만 갖춰져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의 동려평생학교 752-6381.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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