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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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일이지만 ‘립 서비스(lip service)’란 말은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립’과 ‘서비스’를 이리저리 굴려보며 생각을 키운 끝에 기상천외의 답을 떠올린 적도 있다.

‘키스를 공짜로 서비스해준다’는 뜻인가 하고 생각한 것이다.
이 말이 ‘남의 비위에 들도록 꾸민 달콤한 말’, 즉 감언(甘言)과 비슷한 의미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참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립 서비스란 말은 ‘말뿐인 호의’, ‘말뿐인 충성’을 뜻하는 성서에도 나오는 전통(?)이 있는 말이다.
He paid only lip service to the dictator.(그는 독재자에게 말뿐인 충성을 진술한 데 불과했다.)

▲‘입술’이란 영어 ‘립(lip)’은 원래 기름덩어리란 뜻이라 한다.
한자로는 ‘진(唇)’이라 하는데 ‘떨리는 입’이란 뜻이다.

진(唇)은 겹친다는 뜻도 있어 겹치는 입이란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한데 입술이라는 우리 말은 ‘화심(花心)’을 꽃술이라 하듯이 ‘구심(口心)’이란 뜻이다.

‘술’이란 말에는 중심.핵심이라는 뜻이 있다.
쟁기술…하면 쟁기에 보습을 끼는 중심틀을 뜻하는 것도 바로 그런 때문이다.

꽃술에 암술.수술이 있듯이 입술에도 암수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는 해학적 해석을 하는 이도 있다.

▲우리 선조들은 입술 생김새로 곧잘 운명을 판단하곤 했는데 며느리감을 고를 때 눈여겨 보는 것 중 하나가 입술이었다.
입술이 불붙듯이 동그라진 형태이면 외롭고 가난하여 자손이 없다는 예언을 받았다.

그래서 이런 형태의 입술을 가진 처녀는 절대로 피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또 입술이나 인중이 뚜렷하게 드러난 형태이면 그 성질이 음탕하여 중매없이 제 발로 시집을 몇 번씩 가는 팔자로 예언을 받았다.

반면 우리 선조들이 선호했던 입술은 그저 육중하고 두꺼우며 묵직해야 복받는다고 했는데, 요즘 미의 기준과는 상당히 다른 것 같다.

▲대선이 10일도 안 남아서인지 대선 후보들의 요즘 립 서비스가 기가 막힐 정도로 난무하고 있다.

적과 동지의 경계를 허문 지는 이미 오래고 대선 후보들의 입에서 나오는 공약(公約)이란 것들이 도무지 말 같지가 않아서 황당하기만 하다.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도 말이라고 하는 대선 후보들의 이 립 서비스는 이제 꿈★의 수준이다.

어젯밤 꿈에 어느 대선 후보가 이렇게 말했다.
“정부 부처 중 문화관광부와 해양수산부를 제주도로 옮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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