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義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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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두한의 ‘야인시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직장인들은 드라마를 보기 위해 그 좋은 술 마다하고 일찍 귀가하기 일쑤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시간만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TV 앞에 모여 앉아 열심히 야인시대를 본다.

미화된 폭력에 대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사나이들이 펼치는 의리(義理)에 매료된 탓이리라.

의리란 한마디로 ‘인간이 마땅히 행하여야 할 도리’를 말한다.
이 의리란 말은 여러 분야에서 갖가지 의미로 사용되는데 학문적으로는 중국 송나라 때 성리학이 훈고학과 구별해 도의를 규명하기 위해 ‘의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봉건.군주제도가 확립된 시기에는 의리가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사상으로 받아들여졌고 군신(君臣) 간 의리, 부모에 대한 의리, 가족에 대한 의리 등이 강조됐다.

요사이에는 ‘신의를 지켜야 할 교제상 도리’, ‘남에 대한 자신의 체면’ 등등의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야인시대’의 인기를 들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의리를 보여 곧잘 감동시키고 흐뭇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 걸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의리’란 것이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소중한 규범으로 여겨지는 듯 싶다.

얼마 전 개봉한 코믹 영화 ‘패밀리’도 의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한 사례라 하겠다.
내로라 하는 ‘의리맨’ 배우들이 뭉쳐서 만들어졌다 해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조폭 형제와 룸살롱 아가씨들 사이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에 주연으로 등장한 윤다훈과 김민종은 제작사인 ‘배우마을’과의 끈끈한 의리를 내세워 각각 1억5000만원이나 되는 출연료를 한푼도 받지 않았고 몇 개월 간 촬영에 참여하면서 들어간 교통비조차 자비로 부담했다 한다.

제작사인 배우마을은 소속 배우들과 계약서없이 ‘의리’ 하나로 10년째 운영되는 회사로 소속 배우들과 회사 간 인간적인 의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다 한다.

주연배우들 외에도 이경영 등 다수의 조연들과 단역들도 ‘의리’란 이름으로 출연료를 받지 않았고 이경영이 세간에 화제가 된 불미스런 일에 말려들었을 때에도 외면하지 않고 모두 내 일처럼 걱정하고 관심을 쏟는 등 각박한 이 사회에 의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에 유독 의리란 말이 통하지 않는 분야가 있는 것 같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고 하루아침에 얼굴을 변색하고 배반을 밥 먹듯이 하는 비정한 정치판이다.

일주일여 남긴 대선을 앞두고 불나비처럼 자신의 영달을 좇아 소신도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과연 이 나라 정치판에 의리란 것이 있는지조차 의심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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