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방랑자-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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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간첩 X는 들고 있던 권총을 내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굶주림과 피로로 탈진한 것 같았다.


서닌은 X를 등에 업었는데 X는 실신한 듯 축 늘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 여인은 열흘 동안이나 일본 정보원에게 쫓겨 다녔는데도 몸에서 야릇한 향기가 나고 있었다. 그동안 목욕을 못했는데도 몸냄새가 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고급 향수 냄새가 났다.


서닌은 날이 어스레했을 때 어느 동굴로 들어갔다. 작년에 검은 곰이 겨울잠을 잤던 곳이며, 안이 깊고 아늑했다. 거기선 불을 피워도 불빛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았다.


여인은 모닥불 옆에서 잠을 잤다. 다음날 오후까지 계속 잠을 잤다.


여인은 꼭 24시간 만에 일어나 서닌이 준비해 준 음식을 먹었다. 사흘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구워낸 노루고기를 먹지 않고 노루고기 수프만 조금 먹었다.


“됐어요. 자고 있을 때 팔의 상처를 봤는데 걱정할 것 없어요. 소독을 잘 했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고 있어요.”


“일본놈들은 어떻게 되었지요?”


“그것도 걱정할 것 없소. 세 명은 총에 맞아 죽고 나머지 한 놈도 어깨에 총을 맞고 도망갔소. 총도 뺏어버렸으니 놈이 공격해 오지는 않을 거요.”


공격을 해 오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동굴 밖에는 보초들이 있었다. 늘 사람들의 뒤를 따라다니는 이리들이 동굴 밖에서 끙끙거리고 있었는데, 일본 정보원이 다가오면 그들이 으르렁거릴 것이었다.


이리 외에도 동굴 밖의 나무에는 부엉이들이 앉아 있었고 그들도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날카로운 소리로 경고를 해주었다. 오래도록 그 삼림에서 살았던 서닌은 그들 동물과의 의사소통이 되었다.


여인은 안심한 것 같았다. 여인은 다시 두껍게 깔아놓은 낙엽 위에 누웠다. 여인은 반듯이 누워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소련의 간첩들에게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었는데 그 중에 남녀관계가 있었다. 소련의 간첩들에게는 남녀관계가 금지되어 있지 않았다. 금지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활용되었다.


그건 간첩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특히 고단한 일로 몸이 피로했을 때 남녀관계는 어떠한 힘은 불러일으켰다. 피가 모자라는 환자에게 수혈을 하고 수분이 모자라는 환자에게 링거를 주입하는 것처럼 남녀 간의 성교는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여간첩 X는 그렇게 지쳐있는데도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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