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방랑자(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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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일본인 정보원들은 산중복 큰 바위 뒤에 숨어 계곡에 있는 X를 쏘고 있었으므로 등쪽은 무방비 상태였다.


산정에 있던 서닌은 그들의 등을 볼 수 있었다. 60m 정도의 거리였다.


서닌은 그런 과녁을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정보원 한 사람이 그대로 고개를 떨어뜨렸고 총성이 그 뒤에 난 것 같았다. 총탄이 뒤통수를 뚫은 것 같았다.


그자는 그렇게 즉사했지만 나머지 한 명은 역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정보원이었다. 그는 그 순간에도 총탄이 어디서 날아왔다는 것을 알고 얼른 아래쪽으로 몸을 던졌다.


서닌은 1초의 여유도 주지 않고 다음 총탄을 날려보냈으나 낙엽에 파묻혀 아래쪽으로 굴러 떨어지는 과녁에 맞은 것 같지 않았다.


서닌은 표범처럼 날렵하게 추격을 했다.


낙엽들이 붉게 물들어 있었고 일본인 정보원의 시신이 있었다. 총탄이 들어간 뒤통수의 구멍보다도 더 큰 구멍이 앞이마에 뚫어져 있었다. 라이플 총탄은 회전을 하면서 날아가기 때문이었다.


아래쪽 낙엽에도 핏자국이 있었다. 다른 한 명이 도망가면서 흘린 핏자국이었는데 분홍색 선혈이었다. 내장에 들어가면 검붉은 피가 나온다.


총탄은 오른쪽 어깨에 맞은 것 같았다. 권총이 떨어져 있었다. 그자는 권총을 떨어뜨린 채 도망갔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함부로 추격하면 안 된다. 본디 선불을 맞은 맹수는 위험했다. 자기의 안전보다 적을 죽이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복수의 화신이 된다.


서닌은 계속 몸을 숨기면서 적이 떨어뜨린 권총을 찾아들고 계곡쪽으로 내려갔다.


그는 우선 X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는 천천히 X가 숨어있던 바위쪽으로 내려갔다. 그는 자기의 신분을 밝힐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X도 그걸 본 듯 총을 쏘지 않았다.


계곡에 큰 바위들이 있었고 그 사이에 틈이 있었다. 그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범, 나는 범을 봤소.”


암호였다. 거기에 맞는 암호가 돌아왔다.


“범이 아니고 표범이오. 나는 표범을 봤소.”


서닌은 크게 놀랐다. 그건 여자의 소리였다. 나지막했지만 분명 여자의 소리였다.


여자가 보였다. 30대 초반의 백인이었는데 요염했다. 여인은 팔에 붕대를 감고 권총을 쥐고 있었으나 단정한 맵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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