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방랑자-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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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범사냥은 위험했다. 범은 고리드 사냥꾼의 창보다도 빨랐다. 창을 날리기 전에 범이 먼저 사냥꾼을 덮쳤다.


열서너 명쯤 되는 고리드의 사냥꾼들은 범을 포위해 놓고 서서히 포위망을 압축하여 사냥을 했다. 먼저 일정한 거리에서 창을 집중적으로 날린 다음 그래도 범이 덤벼들면 창으로 찔러 죽였다.


물론 그렇게 쉽게 당할 범이 아니었다. 범은 앞발로 날아오는 창을 쳐냈다. 그리고 강한 뒷발질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싸움은 으레 공중전으로 된다.


그런 공중전에서 날뛰는 범을 어떻게 창으로 찌를 수 있을까.


고리드의 사냥꾼과 범의 싸움은 실지로는 반반의 승부가 되었다. 사람측이 이겼을 경우에도 희생자가 났다.


그래서 고리드의 사냥꾼들은 범과는 싸우지 않았고 평화협정을 맺었는데, 다른 지역에서 침입한 떠돌이 범과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고리드의 마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범을 잡을 창과 칼들을 만드는 대장간에서는 한밤중에도 불꽃들이 올라가고 있었고 범사냥에 참가할 젊은이들이 바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친척들의 집에 들러 인사를 했다.


웃으면서 인사를 했지만 그건 마지막 작별이 될 수 있었다. 각 집에서는 웃음이 사라지고 여인들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때 서닌이 촌장을 만났다. 서닌은 조용하게 말했다.


“이거 또 염치없는 부탁을 하나 해야 되겠습니다. 남의 영토에 들어온 떠돌이 나그네가 감히 못할 말이지만 들어주십시오.”


그곳에서 범사냥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자기의 직업이 범사냥꾼이기 때문에 그곳에 들어온 범을 잡아야 되겠다는 주장이었다.


“그건 안 되오. 그 범은 이미 우리가 잡기로 산신령님의 사전 허가를 얻어놓았습니다.”


그래도 서닌은 간청을 했다. 고리드의 사람들이 아무리 우수한 사냥꾼이라도 범사냥은 무리였다. 개도 없이 창만으로는 범을 잡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범에게 당할 위험이 더 많았다.


하긴 고리드의 사냥꾼 중에는 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고리드인에게는 총이란 무용지물이었다.


산신령님이 총과 화약을 싫어했기 때문에 그들은 그 근대적인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그들이 갖고 있는 총은 아주 오래된 구식총이었으며 그게 제대로 발사될지도 의심스러웠다.


서닌과 촌장의 상의는 깨졌다. 촌장은 단호하게 서닌의 제의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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