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방랑자-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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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서닌은 파이프 담배를 천천히 빨고 있었다. 무거운 범의 시체를 운반할 필요가 없었다.


삼림에 울려 퍼진 총소리를 듣고 고리드족 사냥꾼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서닌 옆에 길게 뻗어 있는 범의 시체를 보고 아연했다. 나그네가 선수를 쳐 자기들이 잡으려고 했던 범을 잡았다.


고약한 나그네들이었다. 그들은 신성한 삼림 안에서 총질을 했으며 화약냄새가 아직도 떠돌고 있었다. 산신령님이 크게 노할 것이었다.


나그네들은 또한 고리드족 사냥꾼들의 사냥을 방해하고 사냥감을 가로챘다.


그것도 엄하게 대처해야만 한다.


그러나 조금 늦게 현장에 도착한 촌장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촌장은 나그네들이 범사냥을 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고리드족 사냥꾼들이 러시아 나그네들이 자기들의 사냥을 방해했다고 분격하고 있었으나, 러시아의 사냥꾼들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먼저 범을 잡았기 때문에 고리드족 사냥꾼들은 모두 무사했다. 두서너명의 희생이 날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그러나 뭔가 그럴싸한 절차는 밟아야만 했다. 촌장은 범의 시체를 마을 앞 마당에 운반해 놓고 또 굿판을 벌였다.


이번 굿판은 주술사를 제쳐놓고 촌장이 직접 지휘를 했다. 촌장은 피워 놓은 모닥불에 짐승기름을 퍼부었다. 화염이 불똥을 날렸고 시커먼 연기가 삼림을 덮었다. 아주 큰 굿판이었으며 화신이 놀라서 달려왔다.


“화신님께 비나이다. 사람들이 사는 이 마을에 큰 일이 일어났으니 산신령께서도 오셔야 되겠습니다. 산신령님과 아주 친하신 화신님께서 산신령을 모셔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산신령이 왔다. 아주 심기가 불편한 것 같았다. 아마도 총소리를 듣고 단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산신령님께 아뢰나이다. 총을 쏜 사람은 우리 고리드족의 사냥꾼이 아니고 러시아의 나그네들입니다. 우리는 나그네들에게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경고를 했습니다만 러시아 나그네들은 그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나그네들을 엄하게 처벌해야만 한다. 죽음으로 다루어야 할 죄였다.


“산신령님, 떠돌이 러시아인들을 처벌해야 하겠지만 너무 가혹한 처벌을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죽은 범에게도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범은 몇달 전부터 우리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와 선량한 고리드인을 잡아먹었습니다. 그 범은 또한 먼저 러시아인들에게 덤벼들다가 사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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