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방랑자-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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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일본군 정보장교는 고리드족의 촌장 말을 믿지 않았다.


“그렇게 폭풍과 폭설이 퍼붓는 날에 사냥을 하는 사냥꾼은 없어. 너는 뭣인가를 숨기고 있어.”


“그렇지 않아요. 백계 러시아인 사냥꾼들은 그런 날에도 범 사냥을 합니다. 그 총소리들은 백계 러시아 사냥꾼들이 쏜 것입니다.”


일본군들은 고리드족 마을을 수색했다.


구석구석까지 철저하게 뒤졌으나 수상한 자들은 없었다.


“촌장 잘 들어. 이 일대에 소련의 스파이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한 명은 남자고 다른 한 명은 여자야. 그들은 중대한 군사정보를 갖고 있는 스파이기 때문에 꼭 잡아야 돼. 혹시 그들을 숨기는 자가 있으면 무조건 총살을 당해. 그리고 그들을 검거하는 데 협조를 하면 큰 상을 주겠어. 몇 년 쯤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줄 수도 있어.”


일본군은 그런 말을 던져놓고 돌아갔으나 일본군에 협력할 고리드족 마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고리드족 사람들은 자기 마을을 찾아온 손님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고리드족의 촌장은 서닌의 정체를 알았는 데도 그들을 보호하기로 했다.


“이 토굴집에서 계속 머물고 있어요. 그러면 소련 땅에 넘어갈 기회가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불편하더라도 기다리고 있어요.”


블편했지만 행복했다. 서닌과 노라니는 마치 신혼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다정한 신부 신랑이 없었다.


고리드족 사람들은 계속 그들에게 식량과 생활필수품들을 제공했는데, 따지고 보면 고리드족 사람들은 그 이상 대가를 받고 있었다.


서닌은 잡은 범을 고리드족 사람들에게 넘겨주었는데 범의 껍질과 뼈들을 중국인 상인들에게 팔면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서닌이 범 사냥을 했던 날로부터 닷새가 지났을 때 고리드족의 마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날 밤에도 바람이 불고 눈가루가 날리고 있었으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조용하게 마을에 들어왔다. 모두 여섯 명이었는데 그 중 세 사람은 흑룡강 너머에 있는 소련 땅에 사는 고리드족들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은 흑룡강까지 가서 강을 건너온 동족들을 안내해 온 마을 사람들이었다.


마을에 도착한 소련 땅 거주의 세 사람은 촌장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이 촌장 부부에게 큰절을 했다. 그 젊은이는 촌장의 딸을 데리러 온 사윗감이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신부를 데리러 왔다.


촌장 부부 옆에는 신부감이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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