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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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저런 깡패 중놈들을 봤나”
강원도의 화승포 포수들이 혀를 찼다. 그들도 봉술승들에게 당한 적이 있었다.
화승포를 쏠 틈도 없이 막대기에 얻어 맞았고 그 중에는 손목 뼈가 부러진 사람도 있었다.

화가 난 포수들이 절의 주지에게 항의를 하러 갔으나 주지는 만나주지도 않았다.
살륙을 일삼는 부정한 사람들은 절안에 들어올 수 없다는 말이었다.

관아에 고발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지방 수령은 산중에서 일어난 일까지 다룰 수 없다고 말했다.
당상관을 지낸 높은 양반이 절의 주지를 봐 준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때 어느 고관의 부인과 며느리를 모시고 주막촌에 머물고 있던 궁중 어용엽사 정인상 포수도 전날 그 봉술승들을 봤다.
가벼운 승복을 입고 사람키만한 막대기들을 들고 있었는데 막대기 끝에는 쇠붙이가 박혀 있었다.

서너 명쯤 되는 봉술승들은 산중 여기저기에 설치된 올가미와 덫을 부수고 있었다. 중들은 가마를 탄 부인들이 끼어있는 일행을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봤다.

특히 정 포수가 갖고 있는 총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 총은 화승포가 아닌 근대적인 총이었다.

방아쇠만 당기면 납탄이 나갔으며 사정거리도 100m나 되었다.
봉술승들은 그러나 시비를 걸지 않았다.
일행 중에 그들과 안면이 있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고을의 아전이었는데 관아의 위세도 그 산중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스님들 수고가 많습니다.”

아전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자 중들은 마지못해 답례를 하고 사라졌다.
중들은 산정으로 올라갔는데 뛰어가는 것도 아닌데 산짐승처럼 빨랐다.

주막촌 촌장은 정 포수 일행을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별채에 모셨다.
귀빈들을 모시기 위해 특별히 지어놓은 집이었으며 주위에 돌담이 쌓여 있고 방이 다섯 개나 되었다.

부인들은 그곳에 노루피를 마시기 위해 왔다.
멧돼지피는 남자들에게 좋았고 노루피는 부인들에게 좋았다.

정 포수는 다음날부터 노루사냥을 시작했다.
그가 지휘하는 노루사냥은 특별했다.

노루피는 아주 신선한 것을 마셔야만 약효가 있었기 때문에 먼 곳에서 잡은 노루는 소용이 없었다.
운반 도중에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노루를 되도록 부인들이 머물고 있는 곳 가까이까지 유인하여 잡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신선한 피를 마실 수 있었다.

특별히 선발된 몰이꾼 대여섯 명이 그 일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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