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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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마식령 사냥터에 온 큰마님은 집사에게 노루 사냥을 서둘지 말라고 당부했다.
피는 언제나 마셔도 되니까 좋은 노루를 골라 천천히 잡으라는 말이었다.

사실 큰마님은 노루피 따위는 마셔도 좋고 안 마셔도 좋았다.

큰마님은 그런 산중에 있는 산막에서 지내는 것이 좋았다.
공기가 맑아 좋았으며 부자연스러운 향내나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는 산중의 공기는 신선했다.

큰마님은 최근 몰래 구입한 고무신을 신고 산막 인근을 거닐었다.
며느리에게도 고무신을 신기고 천천히 낙엽을 밟았다.

딱딱한 갓신보다 훨씬 가볍고 부드러웠으며 땅을 밟는 촉감이 좋았다.

며느리도 좋아했다.
엄한 시어머니도 그럴 때는 고무신처럼 부드러웠다.

아직 햇볕이 따사로웠고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그렇게 거닐다가 돌아와 받는 밥상은 맛이 있었다.

산채나 버섯 무침이 입맛을 당기게 했고 바로 만들었다는 두부도 구수했다.
멧돼지 고기를 넣은 시래기국도, 꿩을 두들겨 놓은 국수도 맛이 있었다.
며느리도 가볍게 밥그릇을 비웠다.

그림자처럼 큰마님의 뒤를 따라다니는 집사는 그런 큰마님이 염려스러웠다.
큰마님은 뭇사람들이 모여 우글거리는 주막 가까이까지 가기도 했는데, 천한 상것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그들은 예의범절을 몰랐고 세상 물정도 몰랐다.
집사가 간곡하게 말리는데도 큰마님은 피비린내 나는 주막 주변을 돌아보기를 좋아했다.

포수들이 잡은 멧돼지, 노루 등을 메고 돌아오는 것을 신기한 눈으로 구경했고 그 짐승의 껍질이 벗겨지고 울긋불긋한 내장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구경했다.

큰마님은 장군댁의 칭호를 받고 있는 무가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부친을 따라 사냥터를 드나들었다.

그래서 큰마님은 사냥터를 구경하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그 무렵에는 주막촌이 활기에 넘치고 있었다.
벌써 열서너 마리나 되는 멧돼지와 그보다 더 많은 노루들이 잡혔다.

그러나 역시 큰 사냥은 함경도의 창꾼들이 했다.
그들은 곰을 한 마리 잡았다.
반달곰이었으나 불곰만큼이나 큰 수컷이었다.

함경도 창꾼의 두목 털보영감은 어느 화전민으로부터 곰이 겨울잠을 자러 동굴에 들어갔다는 정보를 듣고 사냥에 나섰다.

두목의 지시에 따라 여섯 명의 창꾼들이 동굴 입구를 둘러쌌다.
모두 굵고 무거운 창을 쥐고 있었다.

“곰이 나오면 가슴팍을 찔러. 가슴 위쪽을 콱 찔러야만 해. 가슴 아래쪽을 찌르면 안돼.”

두목이 호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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