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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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마식령 주막촌은 장터처럼 붐볐다.
여기저기에서 모닥불을 피워 멧돼지, 노루, 꿩고기 등을 굽고 누구나 그걸 먹을 수 있었다.

평소 제대로 먹지 못했던 화전민 마을 사람들도 그때 거기서 마음대로 기름진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사냥과 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먼 길로 그곳에 와 배부르게 고기를 먹고 헐값으로 고기를 사갔다.
그곳에서는 쇠고기의 10분의 1 값으로 멧돼지 고기를 살 수 있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있다.
그 사냥터에 불범(표범)이 나타났다.
불범이 마을 어귀 사냥꾼들 야영장에 들어와 잡아놓은 노루 새끼 한 마리를 물고 갔다.

불범은 밤중에 소리없이 기어 들어왔기 때문에 사냥꾼들은 새벽까지 그걸 몰랐다.

주막촌이 갑자기 긴장했다.
사람들은 불안해 했다.

불범은 비록 덩치는 스무 관(80㎏)밖에 되지 않았으나 위험성은 줄범에 못지 않았다.
불범을 잘 아는 사냥꾼들은 오히려 줄범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불범은 포악성, 잔인성이 줄범보다 더했고 민첩성도 줄범을 능가했다.

불범은 또한 은신술의 명수였다.
불범은 몇 뿌리의 풀, 몇 개의 돌멩이만 있어도 완벽하게 자기 몸을 감출 수 있었다.

불범은 그렇게 자기 몸을 숨기고 있다가 사람을 기습했다.
등뒤에서 소리없이 덮쳐들어 대뜸 목줄을 물어 끊었다.

불범은 줄범보다는 힘이 약했으나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데는 강한 힘이 필요 없었다.

주막촌의 사람들은 불안해져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았는데 불범이 나타난 지 사흘째 되던 날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다른 곳에서 온 사냥꾼 네 사람이 불범 소식을 듣지 못하고 사냥을 하다가 불범에게 당했다.

그들은 멧돼지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저쪽 오목한 풀밭에서 소리가 났다.
짐승이 그리로 뛰어든 것 같았는데 사냥꾼들은 그걸 멧돼지로 봤다. 멧돼지도 그리 큰 놈 같지 않아 사냥꾼들은 창을 들고 풀밭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풀밭은 누렇게 말라 있었는데 아무 짐승도 보이지 않았다.

사냥꾼들이 짐승이 없는 것으로 알고 되돌아 서려고 했을 때 풀밭 한 구석에서 뭔가 길다란 물체가 꿈틀거렸다.
얼룩얼룩한 무늬가 있는 것으로 봐서 그건 뱀인 것 같았다.

“뱀이다, 뱀.”

사냥꾼들은 그렇게 말했으나 다음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늦가을이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뱀이 그런 시기에 있을 리가 없었다.

뱀은 벌써 겨울잠에 들어갔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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