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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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그렇다면 그 뱀같이 길다란 짐승은 무엇일까. 불범의 꼬리였다.

불범은 아주 긴 꼬리를 갖고 있었는데 그 꼬리가 은신의 방해가 되었다.

불범이 나무 위에 숨어있을 때 그 꼬리가 축 늘어져 밑을 지나가던 사냥꾼들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불범은 오목한 잡풀속에 납짝 엎드리고 있었으며 그 몸색깔이 누렇게 말라붙은 잡초와 같아 식별이 되지 않았다.

사람에게 정체가 발각되자 불범의 눈이 푸른 빛으로 번쩍였다. 사람의 마음을 마비시키는 요사스러운 빛이었다.

“불범이다, 불범.”

사냥꾼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갔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
풀밭에 엎드리고 있던 불범은 그냥 엎드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불범은 대가리를 배밑에 숨겨 언제든지 도약할 자세로 있었다.

맨 나중에 도망가던 젊은이가 희생되었다.
불범은 도약하면서 대뜸 젊은이의 목줄을 끊어버렸다.

공포에 질린 다른 사냥꾼들은 불범에게 도살되는 동료를 내버려두고 도망갔다.
그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주막촌으로 뛰어들어갔다.

“살려주시오. 우리와 함께 있던 젊은이가 불범에게 당했어요.”

그들의 고함소리에 몰려든 사람들은 침묵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아 결국은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참 사냥꾼들도 있었다.
사람이 불범에게 당했다는 소리를 듣고 가만 있지 못하는 사냥꾼들이었다.

맨먼저 정 포수가 총을 거머쥐고 일어났다.
궁중의 어용포수 임무 중에는 인축을 해치는 맹수를 잡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원도의 화승포 포수들도 화승포를 들고 나섰다.

강원도의 포수들은 늘 줄범, 불범들과 싸우는 사냥꾼들이었다.
그들은 관아의 명령에 의해 맹수들과 싸웠다.

함경도의 창꾼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이 쥐고 있는 창은 능히 불범을 잡을 수 있었다.
그들의 두목인 털보영감은 열다섯 마리의 줄범과 불범을 잡은 사냥꾼이었다.

모두 열여덟 명쯤 되는 사냥꾼들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범은 그때까지도 현장 인근에 있다가 사람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도망갔다.
젊은 친구의 시신은 어느 소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

무참하게 찢긴 몸이 마치 푸줏간의 소, 돼지처럼 뚝뚝 피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런 나쁜 놈.”

사냥꾼들은 신음했다.
그 불범은 자기 방어를 위해 사람에게 반격을 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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