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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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불범은 젊은 사냥꾼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그 고기를 먹었다. 사람을 먹이로 삼은 것이다.

그놈은 사람을 전문적으로 잡아먹는 식인범은 아니었으나 사람도 다른 짐승들과 함께 먹이로 간주하고 있었다. 마식령을 돌아다니는 육식 동물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때 현장에 나온 강원도의 화승포 사냥꾼들은 그길로 식인 불범의 발자국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추적하여 잡겠다는 말이었다.

함경도의 창꾼들은 사냥개를 데리고 오기고 했다.
마침 사냥개 세 마리가 그리로 오고 있었으므로 그 개를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들의 사냥개들은 불범을 잘 잡지. 대여섯 마리의 불범을 잡았지.”

사냥개들은 불범을 잘 잡았다. 함경도의 첩첩산중에 사는 사내들은 불범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풍산개 세 마리이면 사람의 도움 없이도 불범을 잡는다는 말이 있었다.

풍산개 두 마리면 멧돼지 세 마리, 불곰 표범을 잡았고, 다섯 마리면 줄범도 잡는다고 알려지고 있었다.

창꾼 두목 털보영감은 그 식인줄범을 잡으려면 꼭 사냥개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된다고 말했다.
마식령에는 아직 눈이 내리지 않았다.
산들이 누렇게 물들었고 낙엽들이 두껍게 깔려 있었다.

그래서 사냥꾼들의 눈으로는 불범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불범이 황색 혹은 다갈색으로 변한 산중에 몸을 감추면 불범사냥은 어려웠다.
눈먼 장님이 눈먼 맹수와 싸우는 격이었다.

어영포수인 정 포수도 털보영감의 생각이 옳다고 말했다. 눈을 기다려야만 했다. 눈은 곧 내릴 것이었다.

정 포수는 불쌍한 젊은이를 사냥꾼들과 상의해서 시신을 화장했다.
그는 인근에 있는 절의 스님을 모시고 화장을 한 다음 그 뼈를 죽은 사람의 동료들에게 넘겨 고향으로 갖고 가도록 했다.

젊은 사냥꾼의 화장식에는 마식령 주막촌 사람들이 모두 참석했고 큰 마님도 참석하여 합장을 했다. 큰 마님은 그 화장식에 필요한 비용도 내놓았다.

한편 강원도의 화승포 사냥꾼들은 급히 불범의 발자국을 추적하고 있었으나 역시 추적이 어려웠다.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했다.

“서둘지 말어.”

화승포 사냥꾼의 두령이 젊은이들에게 경고를 했다.
조막손 영감은 그의 왼손 손가락 다섯 개 중 세 개가 화약에 날아갔으나 그래도 화승포를 놓지 않앗다.

그런데 조막손 영감의 경고는 잘 먹히지 않았다. 다섯 명의 사냥꾼들 중에는 조막손 영감 외에도 이서방이 화승포를 갖고 있었는데 그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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