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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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이서방은 자기가 갖고 있는 화승포를 믿고 있었다. 그 화승포는 원시적인 화승포와는 달랐다.

강원도 사냥꾼들이 쓰고 있는 화승포는 임진왜란때 일본군이 썼던 조총을 본떠 차츰 개량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서방이 갖고 있던 화승포는 특별히 고안된 집게가 화약을 폭발시키는 불심지를 집어 그와 연결된 방아쇠를 당기면 심지가 화약에 닿아 폭발하게 되어 있었다.

손으로 심지를 갖고 있다가 발포를 할 때 점화하는 종전의 것보다는 훨씬 개량된 총이었다.
그 총은 두 손으로 총을 쥐고 겨냥을 할 수 있었고 관통력도 강했다.
숙련된 사수는 50m 이내의 거리에서 수박을 맞출 수 있었다.

이 포수는 그 화승포의 성능을 믿고 불범을 빠르게 추적했다. 설사 첫탄이 맞지 않아도 좌우에 붙어 있는 창꾼이 사수를 보호했고 사수는 열을 셀 동안 다시 장탄을 할 수 있었다.

강원도 포수들은 추적 첫날 불범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다음날 새벽부터 다시 추적을 시작했는데, 이 포수는 세손가락 영감보다 30m나 앞서가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두꺼운 낙엽 위에 찍힌 불범의 발자국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낙엽에 탄력성이 있기 때문에 눌린 발자국이 이내 복원되었다.

그래서 사냥꾼들은 불범이 숨어 있거나 지나갔을 것으로 보이는 곳을 수색하고 있었다. 위험천만한 짓이었다.

불범은 천천히 도망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서둘러 도망가지 않았다. 그 황금사냥터를 포기할 불범이 아니었다. 불범은 노루나 어린 멧돼지들을 좋은 사냥감으로 삼고 있었는데 마식령의 산중에는 멧돼지나 노루가 흔했다.

그날 오후 늦게 강원도의 사냥꾼들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북쪽으로 서서히 도망가던 불범이 슬그머니 방향을 바꿔 남쪽으로 가고 있었다. 계속 남쪽으로 가면 추적하는 사냥꾼들의 뒤로 나가게 된다.

사냥 경험이 풍부한 조막손 영감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그렇게 되면 사람이 불범을 사냥하는 것인지, 불범이 사람을 사냥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조막손 영감은 이 포수를 불렀다.

“위험해. 자네가 아무리 훌륭한 사냥꾼이라도 이런 시기, 이런 곳에서는 불범 사냥을 할 수 없어. 일단 추적을 중단하고 때를 기다려. 곧 눈이 내릴테니까 그때 추적을 해.”

이 포수는 말을 듣지 않았다. 눈이 내리면 함경도의 창꾼들이 불범사냥에 나설 것이고, 한양에서 온 어용포수도 그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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