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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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이 포수는 그 불범을 기어이 자기가 잡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아름답고 값비싼 껍질도 탐났지만 함경도 창꾼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경쟁심이 있었다. 강원도 화승포가 함경도 창에 질 수 없었다.

이 포수는 그때 나이가 서른다섯이었지만 조막손 영감은 아직 나이가 어리다고 말했다.

사냥이란 그런 오기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사냥이란 자연에 따라야만 한다. 주어진 자연여건을 잘 살펴 거기에 따라 무리가 없어야만 한다.

줄범이나 불범은 늦가을에 사냥하면 안된다. 그게 강원도 포수들의 전통이었다.

인축을 해친 범들을 즉각 잡아들이라는 관아의 엄명에 따라 늦가을에 범사냥을 하다가 얼마나 많은 강원도 포수들이 희생되었는가. 돌아오지 않는 강원도 포수란 말도 거기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조막손 영감은 자기보다 백보나 앞서가는 이 포수를 말릴 수 없었다. 이 포수는 어쩌면 조막손 영감과도 경쟁을 하려는 심사인지도 몰랐다. 포수들 사이에 퍼져 있는 조막손 영감의 명성에 도전을 하려는 것일까.

조막손 영감은 그 식인표범의 행동을 보고 그놈이 아직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젊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놈은 자기를 보면 겁을 먹고 도망가는 사람들만 봤다. 두 다리로 도망가다가 쉽게 잡혔던 사람들 말이다.

하긴 그런 범이 무서웠다. 경험 많은 늙은 범 같으면 함부로 사람들에게 덤벼들지 않지만 젊은 범은 막무가내로 사람에게 덤벼들었다. 미친 개 같은 놈이었다.

불범은 마식령산맥에 있는 야산 하나를 돌아갔다. 그리고 자기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뒤로 갔다.
이젠 어느 쪽이 어느 쪽을 추적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날 오후 늦게 조막손 영감은 추적을 멈췄다. 그는 자기의 조카인 창꾼 한 사람과 함께 모닥불을 피워놓고 쉬고 있었다.

이 포수는 창꾼 두 사람과 함께 계속 발자국을 추적했다. 불범과의 거리가 500보(약 250m)쯤으로 단축되어 있었다.

이 포수는 저쪽 산기슭 잡목림 사이를 천천히 빠져 나가는 불범의 모습도 봤다.

“뛰어, 뛰어가.”

단숨에 잡목림에 도착했다. 그렇게 빨리 뛰었으니 불범은 아직 잡목림은 빠져 나가지 못했을 것이었다.
빠져 나갔다고 해도 계곡으로 나갔을 것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사냥은 더 쉬워진다. 큰 나무나 바위 등이 없었으므로 총을 쏘기가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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