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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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사냥꾼들은 잡목림에 뛰어들었으나 불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어디로 갔나?”

잡목림 여기저기에 나무들이 산불에 타 쓰러져 있었고, 그런 곳에 마른 풀밭이 있었다. 불범은 그런 곳에 숨어 있을 것이었다.
이 포수는 화승포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풀밭으로 들어갔다.

“나와, 나와서 덤벼들어.”

불범은 그래도 발견할 수 없었다. 주위가 조용했다. 몇 발 옮길 때마다 꿩이나 토끼가 뛰어나오는 마식령의 산이었는데 들쥐 한 마리 없었다.

사냥꾼들은 멈칫했다. 좋지 않은 징조였다. 작은 짐승이 그렇게 숨어버리는 이유는 큰 짐승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포수는 그래도 전진했다. 이제 잡목림의 끝이었고 저쪽에 있는 오목한 풀밭을 지나면 계곡이 나오게 된다.
이 포수는 좌우에 붙어 있는 창꾼들을 눈짓으로 격려했다. 마지막 풀밭을 뚫고 나갈 생각이었다.

몇 발자국쯤 뒤따라가던 창꾼들이 용기를 내어 이 포수의 옆으로 다가서려고 했을 때 전방의 마른 풀이 갑자기 두 갈래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뭔가 알록달록한 물체가 날아왔다.

불범은 뛰어든 것이 아니라 날아왔다. 두 다리를 날개처럼 펴서 날아왔다. 쉿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이 포수가 고함을 질렀다.

“불 받아라.”

그건 화승포 포수들이 범이나 불범을 잡을 때 쓰는 방법이었다.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면 덤벼들던 짐승이 놀라 일순간 동작을 멈춘다.
화승포는 그 순간 발사되어 짐승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그때는 그 전법이 통하지 않았다. 이미 땅을 차고 뛰어오른 불범은 그대로 이 포수에게 덤벼들었다.
화승포가 발사되었다. 개량된 화승포는 방아쇠를 당기면 집게가 집고 있던 불씨 심지가 자동적으로 화약에 닿아 폭발하게 되어 있었다.

이 포수는 그 순간에도 총을 발사할 수 있었으나 총구에서 불을 뿜고 나간 총탄은 불범의 대가리를 스치고 날아갔다. 과녁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꾼들은 이 포수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창꾼들은 창을 날리려고 했으나 과녁은 이미 사라졌다. 불범은 왼발로 이 포수의 총을 밀쳐내고 다른 발로 이 포수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리고 창꾼들 사이를 뚫고 나갔다.

이 포수는 화승포를 떨어뜨리고 쓰러졌다. 이마와 뺨에서 피가 뿌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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