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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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주지와 촌장 그리고 아전은 다음날 아침 큰마님을 찾았다. 큰마님은 시치미를 떼고 그들에게 차를 권하면서 날씨 얘기와 이런 저런 덕담만을 했다.

조선의 남존사회에서 아낙네는 남정네들이 하는 일에는 끼어들지 않는 법이었다.

큰마님은 이미 집사를 통해 세 사람이 타협했다는 얘기를 듣고 부드러운 미소로 그걸 승인했다. 역시 당상관의 부인다웠다.

한편 정 포수와 함경도의 창꾼들은 식인 불범을 쫓고 있는 강원도의 화승포 포수들과 합류했다. 사냥개 백두가 쉽게 화약냄새가 스며있는 포수들을 찾아냈다.
“놈은 저 산너머에 있는 숲속에 숨어 있습니다.”

불범은 몰려 있었다. 사냥꾼들에게 쫓겼을 뿐만 아니라 줄범의 위협도 받고 있었다.
그 일대에 세력권을 갖고 있는 늙은 범이었는데 버릇없이 세력권 안에 들어온 불범에게 무척 화를 내고 있었다.

그 범은 오래 전부터 산골 사람들과 공존을 하고 있었다. 마치 평화협정이라도 맺은 듯이 사람들과의 충돌을 피했다.

때가 되어 마식령 사냥터에 사냥꾼들이 몰려오면 그 범은 멀리 함경도 쪽으로 피했다.

주막촌 촌장도 사냥꾼들에게 그 범은 잡지 말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그 범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고 표범이나 늑대들이 설치지 못하도록 막아주고 있었다.

그때도 범은 산중 깊숙이 몸을 피했는데 사람들에게 쫓긴 표범이 거기까지 도망와 있었다.
범은 표범을 싫어했다. 표범은 먹이를 다투는 경쟁자일 뿐만 아니라 가끔 범의 새끼를 잡아먹기도 했다.

그래서 범은 표범만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져 감시를 하고 있었다.
범의 경고를 받은 표범은 더이상 범이 버티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뒤에서는 사냥꾼들이 따라오고 앞에는 범이 버티고 있었다.
열서너 명이나 되는 사냥꾼들은 표범을 포위했다.

정 포수는 표범이 도망갈 것으로 보이는 산중복 짐승길에 목을 잡고 있었고 다른 사냥꾼들은 포위망을 압축하고 있었다.
함경도의 창꾼들은 사냥개의 목줄을 잡고 있었다. 사냥개가 한 마리뿐이었으므로 표범과 맞대결을 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사냥개 백두는 제 할일을 하고 있었다. 백두는 저쪽 숲속의 한 곳을 노려보고 그쪽으로 사냥꾼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표범이 아무리 은신술의 명수라도 사냥개의 코는 속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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