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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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주막촌 촌장은 그래도 주지스님을 자기 집 사랑방으로 모시고 차를 대접했으나 주지는 시무룩했다. 마을에 떠도는 비린내 때문만이 아니었다.

주지가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관아의 아전이 포졸과 군졸 대여섯 명을 데리고 달려왔다. 그는 군수의 직명을 받았다. 군수는 주지가 함경도 감사댁의 법사를 맡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주지를 봐주라는 밀명을 내렸다.

아전은 큰소리로 주막촌 촌장을 꾸짖고 무술승을 창으로 찌른 사냥꾼을 내놓으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촌장에게 300냥의 세금을 내라고 말했다.

멧돼지, 노루 등을 많이 잡아 돈을 벌었으니 마땅히 세금을 내야 할 것이 아니냐는 말이었다. 그건 군수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온 김에 돈도 뜯어낼 생각이었다.

촌장은 세금은 내겠지만 무술승을 해친 사냥꾼은 마을에 없다고 말했다.
“네놈이 죄인을 감출 생각이군. 네놈 손으로 내놓지 않아면 우리가 찾아내겠어.”

포졸과 군졸들이 마을 안을 샅샅이 수색했다.
그들은 큰마님이 있는 별채까지 들어가 신을 신은 채 마루로 올라갔다.
“네 이놈들, 네놈들은 뭣하는 놈들이냐”

큰마님의 추상 같은 소리가 떨어졌다. 포졸과 군졸 들은 그제야 그 여인이 당상관 마님임을 알고 후다닥 마루에서 뛰어내려가 마당에 엎드렸다. 얼굴색이 변한 아전이 달려와 용서를 빌었다.

“네 이놈, 네놈은 사람을 잡아먹은 표범을 잡으려던 사냥개를 때려죽인 중의 죄는 다스리지 않고 사냥꾼의 잘못만 탓하느냐.”

죽을 상이 된 아전은 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사죄했다. 잘못하다가는 자기뿐만 아니라 군수도 다칠 위험이 있었다. 상대가 당상관의 부인이었으니 감사의 비호도 바랄 수가 없었다.

주지스님도 왔다. 주지는 큰마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말했으나 큰마님은 미닫이문을 닫아버리고 집사에게 말했다.
“할말이 있으면 군수에게 얘기하라고 전하여라.”

집사가 전할 필요도 없이 냉랭한 소리였다. 주지승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주지는 그때 쯤에는 무술승측에도 잘못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절이 있는 주위 20리 안에서 사냥을 하지 말라고 선언한 자기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 같았고….
그날 밤 주지와 촌장, 아전은 의논했다. 주지는 이번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다른 사람들도 동의했다. 주지는 또한 절 주위 20리 안에서 사냥을 하지 못하도록 한 자기의 선언을 10리로 고쳤다. 주막촌 촌장도 타협을 받아들였다. 아전은 300냥의 세금을 내라는 지시도 슬그머니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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